[넷플릭스 오리지널] 먹보와 털보
기분 좋은 기억들이 모여 만들어진 한 권의 사진첩을 보는 것 같았다. 비로 알려진 정지훈 님은 요리를 잘했다. 머물렀던 곳에서 나오는, 산지직송 식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누며 “어때?”라고 물었다. 함께하는 노홍철 님은 피곤할 정도로 모든 일에 열정적인 동생에게 빠져든 것 같았다. 그리고 정지훈 님은 그런 형의 멈추지 않는 특유의 하이톤의 수다가 다소 신경 쓰일 만도 했을 텐데, 그래도 좋다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정지훈 님은 맛과 멍과 멋이 있는 여행이었다고 손편지로 노홍철에게 여행 소감을 전했다. 그걸 보는 나는 그들의 여유와 여행, 돈을 받고 즐기는 그들의 삶에 조금의 질투가 일었으나, 곧 소중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정성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옷을 입고, 바이크를 타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삶은 맛과 멍과 멋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귀찮다고 그냥 그렇게 살면 그저 그런 삶이 되고, 반대로 지나치게 그럴싸하게 꾸미게 되면 여유를 잃어버리고 본질을 해치게 된다. 내 삶에서 나는 맛과 멍(여유)과 멋을 충분히 누리고 있을까.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은 그저 그럴싸한 모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맘에 드는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함께 머문 시공간에서 각자가 바라는 추억을 선물해주는 것이었다. 삶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할 때 채워 졌다. 그들은 이것이 바로 사랑 또는 우정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삶이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모든 에피소드가 끝나자 모니터 밖에서의 그들의 삶을 가늠하거나 추측하는 행위는 부질 없었다. 매 순간 나의 눈과 가슴과 머릿속에서 중계되고 있는 나의 삶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가, 그것이 내게 유일하게 가치 있는 질문이었다.
https://youtu.be/0CQYpfLq6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