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하면서 배우는 것

[다큐] 천사의 시

by 랩기표 labkypy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서 배우는 것이 익숙한 일상. 그러므로 인해 불가피하게 마주하는 실패와 후회는 반복되지만 여전히 그 궤도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내 모습. 세상을 알아가면서 용기보다는 두려움이 많아지는 것은 선천적인 호기심 덩어리 인간이 다듬어지면서 인간다움을 잃어가기 때문일까.


크리스마스 아침, 어느 한 신부의 이야기를 만났다. 다큐에 등장한 짧은 백발 머리를 한 신부는 1940년 생으로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다 스위스로 떠났다. 그리고 신부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김인중이며 80이 넘은 나이에 주름진 손 끝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다큐 제목은 ‘천사의 시’였다. 창 위로 자유롭게 뿌려진 물감은 햇빛을 만나 성당 안을 물들였다. 빛은 시가 되어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새겨졌다. 고요하고 거룩하게 울리는 찬송가와 절제된 여유 속 성직자들의 움직임은 그 빛의 향연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신부는 자신이 그저 줄타기 광대 같다고 했다. 빛으로 시를 쓰는 순간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에 본인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저 앞에 보이는 빛을 향해 걸아가는 것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보며 영감을 받고 신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떠난 자리에 다시 모여들었다.


그의 작품은 몇백 몇천 년이 된 성당에서 빛나고 있다. 종교를 넘어 예술계에서도 피카소와 견주며 그의 작품을 찬양하고 있다. 나도 세월의 겹을 쌓으며 더욱 값지게 만드는 숭고한 가치가 있을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예술가의 아름다운 손길과 종교인의 성스러운 눈길을 느낀다. 다듬어지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않는 것에 큰 사랑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을 그려본다.


https://youtu.be/EFCh737wu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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