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기분 좋은 순간

by 랩기표 labkypy


기분 좋은 순간들이 있다. 내 인생 목표는 이 기분 좋은 순간들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다. 감정은 순간적이지만, 그것을 다듬어 내재화시키는 일은 평생이 걸린다. 그래서 생이 소요되는 목표다.


good comes to bad, bad comes to good.


아이가 잠을 자다가 뒤척인다. 약간의 짜증과 몸부림. 나의 몸을 타고 가슴 위로 올라와 엎드린다. 축 늘어진 팔이 내 옆구리에 붙고, 통통한 볼 한쪽은 쇄골을 누른다. 나는 붙은 팔과 눌린 쇄골 때문에 감은 눈으로 잠을 훑는다.


그러다 곧 아이는 불편한 지 왼쪽 옆구리를 타고 내려와 팔베개를 한 채 내 몸을 감싼다. 아이 코에서 작고 귀여운 바람이 새어 나오고 내 귀는 보이지 않게 흔들린다. 간지럽다. 나는 손 끝으로 아이 등을 긁다가 몇 번 토닥토닥친다. 그리고 어느새 둘은 다시 잠든다.


그러기를 몇 번.

그만 좀 움직였으면 좋겠다 생각하다가도 몸부림 없이 몇 시간을 자다 알람 소리에 깨면 그것이 또 못내 아쉽다.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따뜻한 이 포옹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생텍쥐베리가 전쟁 중에 전투기를 몰면서 목숨이 위태로울 때 자신을 안고 키워주던 보모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그것으로 여러 번 자신의 삶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삶은 기분 좋은 순간들이 많아질 때 살만해진다. 기분 좋은 순간들이 많이 있어 다행이다. 아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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