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가 철컹 드드드 소리를 내면서 나아간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목적을 가지고 정확히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상품을 담는 부류와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끌리는 것을 무작정 담는 부류로. 그 두 부류에게 모두 매력적인 것은 할인행사 상품이다. 하나의 가격으로 두 개를 살 수 있는 기회. 반값으로 살 수 있는 고가의 상품들은 모두의 카트가 머리를 맞대고 찬양하는 기적을 보였다.
고민의 크기는 지갑의 여유와 반비례했고 합리적인 소비자의 충분 자격을 갖춘 이들은 이것저것 비교하며 신중함을 보였다. 아이들은 계획에 없거나 불필요한 과자와 장난감을 오늘의 목록에 추가하는 것을 두고 부모와 시비가 붙었다. 맛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식탁 위의 재료는 정형화된 현대인의 입맛에 잘 팔렸다. 드넓은 공간에 가득 찬 많은 종류의 상품들은 어디서 어떻게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삶이 풍족하다는 의미는 어쩌면 마트에 진열된 상품들과 얼마나 많이 관련이 있는가 일지도 모른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가운데 카트는 이리저리 사고도 없이 앞으로 잘도 나간다. 비워졌던 카트는 두어 바퀴 같은 매대를 지나니 금세 채워졌고, 머릿속은 물건 값을 계산하느라 바빠진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의 계획도 점검한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면 계산대 앞에서 줄을 기다린다. 스친 인연들이 한 데 모였다. 바삐 움직임이던 카트가 멈춘 만큼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무엇을 그리 많이 샀을까. 계산은 오랫동안 진행된다. 좌우 앞뒤 다른 사람들의 카트에 담긴 물건을 보고 이런 것도 있었나 혹은 아, 이걸 샀었야 했는 데와 같은 자조와 반성이 드나든다. 삑삑. 바코드에 반사된 빛은 개별의 상품으로 환산되어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다. 눈으로 확인하고 뒤에 따라붙는 가격에 눈치채기 힘든 인상이 지어진다. 할인상품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매섭게 노려보다가 마이너스가 표기된 가격에 그나마 조금 위안을 얻는다.
풀어헤친 상품들 가운데, 그래도 꽃은 참 잘 샀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