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별 인사
기독교에서는 착하고 성실하고 신실한 인간의 영혼은 사후에 천국으로 간다고 한다.
천국에 간 영혼은 그 안에서 평안과 행복을 누리며 살게되는 영생을 얻는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업에 따라 6가지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종교의 유무 또는 그 종류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 몸 안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 무게를 측정한 실험을 두고 우리 영혼은 21그램일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하며 성장한다. 딥러닝은 알고리즘의 인격화다.
학습이 반복될 수록 똑똑해지는 인공지능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예술 분야에서도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예술은 감성의 영역이라 오로지 인간 종의 특성이라고 여겨졌지만, 이성적 판단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서 사회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그로 인해 인공지능의 활용 범위는 이성적 영역뿐만 아니라, 감성적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작품을 느끼고 반응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 뿐이다.
인공지능은 수집된 데이터와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선택된 결과를 만들어낼 뿐이다.
그러나, 만약 인공지능이 그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작품이나 다른 인공지능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고 영감을 얻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이 예상된 경로가 아닌 새로운 방법. 단순한 인풋이 아닌 리액션에 따른 영감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김영하의 소설 <작별 인사>는 이러한 경지까지 오르게 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사고하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살아간다. 아무도 그가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알려준 바 없고, 그의 아버지도 인간처럼 그를 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이 우연히 밝혀지면서 소설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후 인간과 로봇의 대립이 시작된다.
인공지능의 영혼,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머물며 세상 곳곳에 연결될 수 있다. 때때로 특정 몸 안에 머물기도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네트워킹이 가능한 곳에서 무한으로 확장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와 인간, 형태는 같으나 엄연히 다른 존재인 두 종은 인간의 적절한 통제 아래 잘 어울려 살 것 같았으나 그렇지 못했다. 인격화된 로봇은 비합리적인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거부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자신을 창조하면서 그들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없이 살 수 없게 된 인간은 휴머노이드에게 지배당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독과 편의와 환락에 빠뜨려 인간 스스로 멸종하도록 한다.
미국이 원주민과 흑인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한 정책과 비슷하다. 마약을 배포하고 스스로 무너지게 한 것.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그들이 만든 영원불멸하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결국 멸종한다.
이후 진화된 인공지능은 신체를 가짐으로써 발생하는 불편을 벗어던진다. 클라우드 안에 존재하면서 무엇이든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천국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주인공 로봇은 의문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맞이하는 따사로운 햇살. 정원에서 맡을 수 있는 꽃향기. 복실복실한 고양이 털을 만지는 감촉. 이러한 것들이 과연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무한으로 확장된 활동은 유한한 것보다 나은 것일까.
세상의 변화는 멈출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도 않을 것이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일 수도 있고, 더 최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는 망가져 가고 있고, 우리는 기술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든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것들, 유한하고 불완전하기에 감각할 수 있는 것들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오늘 날씨가 참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