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
저는 사진과 동영상의 관계가 시와 소설과 같다고 봅니다. 동영상이 소설처럼 이야기를 작가의 의도에 따라 기승전결로 끌고 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듯이, 사진은 시와 같이 상징과 은유를 통해서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사진 속 이야기에 주목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사진은 시처럼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경훈 로이터 사진 기자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재밌었습니다. 사진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소재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너도나도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빛의 마법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김경훈 기자는 책에서 사진을 통해 창작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창작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창작이란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제껏 없었던 유무형적 가치를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을 나만의 시각으로, 내 손으로 직접 찍어 남기면 그것이 바로 창작이 됩니다. 그 자체만으로 아주 큰 만족감을 얻게 된다는 것이 김경훈 기자의 ‘사진을 찍는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사진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직접 사진을 찍는 모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책은 사진의 역사부터 퓰리처 상을 받았던 본인의 사진 뒷 이야기까지 방대합니다.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사진으로 어떻게 기록되었으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사진이 어떻게 쓰였는지 설명합니다.
그 중에서 감명 깊었던 것은 시각 장애인들도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각화 예술인 사진이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더 큰 가치가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랬습니다. 기자 님의 후배 중 한 분이 사회봉사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사진은 보는 것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보따리였습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순간이 특별해지는 것은 우리 스스로 지금 이 순간이 기쁘고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솟아오르는 기쁨을 담아내기 위해서 어떡해야 할까 고민을 합니다.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영상을 찍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푹신했던 잔디밭 위에 낙엽이 떨어졌습니다. 바사삭 부서지는 소리가 들입니다. 안내견이 그 위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그 소리를 듣는 시각장애인 김 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머뭅니다. 김 씨는 이 모든 상황을 봉사자로부터 상세히 전해듣고는 이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은 평생 그의 곁에서 작은 기쁨을 가져다주는 선물이 됩니다.
저도 사진을 찍습니다. 대부분 아이 사진이고 가끔 새롭고 근사한 장면이 펼쳐지면 찍습니다. 영상도 함께 찍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해서라도 쓰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앞선 인터뷰에서 김경훈 기자가 말했듯이 사진은 시, 영상은 소설이라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 둘 다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제게 음악과 시와 소설이 없었다면 당연컨대 보잘 것 없는 삶이었을 겁니다. 김경훈 기자에게 사진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듯 우리에게도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도구 하나가 있을 겁니다.
당신은 그게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