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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Oct 05. 2022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까지나 수단일뿐이다. 명분에 사로잡히면 위험해지는 경우가 있다. 내가 믿는 어떤 특정한 가치가 분명 정의롭고 이롭게 사회를 이끌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것을 반하는 행동에 제동을 걸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생존 앞에서 비참해지기 보다는 죽음으로써 그 가치를 증명해보이겠다는 용기는 실로 무섭지만 무모한 것이다.

항우와 유방이 있다. 천하제패한 것은 유방이다. 방이라는 것이 우릿말로 ‘형님같은 의미라고 하니 유방은 동네 건달 대장 유형이었다. 그런 그가 진나라가 무너진  다시 천하통일을  한나라 황제가 되었다. 항우와의 싸움에서   지기를 반복했고, 결국 죽기 직전까지 갔던 그는 그의 책사 장량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된다. 그러다   , 항우와 맺은 평화 협약을 깨고 반격해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당시 의협이라는, 법보다 상호 간의 신뢰와 약속이 중요하다는 명분을 깨부순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완벽한 승리가 보이는 시점에 명분과 감정에 끌리면  된다는 것이 장량의 말이었다.

어차피 역사는 승리자를 영웅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전에 왜 장량이 유방 편에 섰는지 보자. 유방은 그 밑에 수하들이 활개를 칠 수 있도록 바탕이 되었다. 묘하게 사람을 끄는 그는 경청하는 사람이었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도록 판을 까는 사람이었다. <일당백> ‘정박’ 님은 그를 하얀 도화지 같은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렇게 하얀 도화지가 되어 본인 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천하를 그릴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었다.

목표가 옳지 않고, 본인이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면 사람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목표가 뚜렷하다면 다양한 이유와 명분에 사로잡혀 “안 된다”는 말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완벽은 없다. 승리보다 좋은 패배도 없다. 패배는 반드시 과정이어야 하고, 종결되는 지점에서 맛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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