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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Nov 17. 2022

사랑할 수록 무서워진다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고층 빌딩. 누가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곳.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지는 않았지만,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협력했다. 그리고 주변 서민 아파트의 아이들이 놀이터에 들어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쳤다. 그곳은 학교와 연결된 곳이라 10분 걸리던 통학시간을 두 배 넘게 늘어나게 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비판했다. 어느 아파트 주민은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일 뿐이라며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애둘러 표현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공분을 샀지만, 옆 동네 고층 타워팰리스 주민 김 씨는 항의하는 대중들을 보며 인간같지 않은 것들이 소란을 일으킨다며 혀를 찼다. 그런 김 씨는 동네에서 소문난 다정다감한 아버지의 표본이었다. 누구보다 자식을 아끼고 동네주민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보다 자신의 동네 환경을 먼저 생각했다. 그런 그가 입주민 대표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 솔선수범하던 모습은 주민들에게 익숙해진지 오래다.



소속 집단의 이익이나 특정 가치에 집착하는 사람은 그 반대의 것에 더 큰 폭력성을 띌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자기가축화(공동생활에 맞도록 공격성이 줄고 인내심이 강해지는 현상)를 통해 가족과 소속 집단을 더욱 사랑하도록 했지만, 그로 인해 나와 다른 상대를 비인간화하여 폭력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늑대가 끔찍히 사랑하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적에게 송곳니를 들어내 물어 죽이는 것과 같다. 정치는 이러한 습성을 가장 잘 활용하는 예이다. 상대 진영을 혐호하는 발언을 할 수록 구성원들은 소속 집단의 애착이 강해지고, 상대편을 비난하는 것뿐만 아니라 폭력까지 휘두르게 된다.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노출이 관용을 창조한다”는 도시계획가 마이 응우옌의 말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구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유대인 친구 또는 이웃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 경험이 인종 차별의 틀을 부수고 인류애라는 대의에 맞는 행동을 하게끔 하였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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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창조를 막고 사회를 부패시킨다

또한 다양성은 창조의 바탕이다. 수많은 창작물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롯되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포용과 협력의 가치를 일구어냈다. 차별은 잣대를 들이대 질문을 막고 지침을 내리는 것이다. 반면에 창조는 수용하여 숙고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경계의 틀을 허물고 세상을 확장시키는 것이 창작이고,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욕망을 부추겨 부가 창출되는 사회다. 그로 인해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명품 등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상징한다. 학군 또한 계급을 상징한다. 이러한 경계를 나누는 상징들이 많이 나타날 수록 사회는 분열될 것이고 심각하게 부푼 갈등으로 인해 어떻게 파괴될지 모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 문제다. 자본주의의 오랜 문제점이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복지국가의 모델에 대한 의견충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책에서 설파하는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계획은 복지국가 모델이 계급 간의 교류가 원활한 구조라는 개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

가능성이 열린 세상


경험이 생각의 폭을 결정한다. 생각의 폭은 세상을 담는 그릇이며 좁은 그릇은 담을 수 있는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선택의 폭은 좁아질 것이며 좁은 세상에서 날카롭게 반응하고 합리화하며 살게 될 것이다. 대화가 어려워지면 교류는 끊어진다. 반대로 대화가 통하는 상대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은 열린 곳일까 닫힌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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