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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Dec 13. 2022

대나무

근육처럼 핀 댓잎 뭉치가 묘한 느낌이었다. 짙은 어둠을 삼킨 숲에서 자꾸만 무언가 나올 것만 같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죽은 사진 안에서 살아있는 것이 엉금엉금 나오면 뭐라고 말할까. 선과 명암이 선명하다. 이토록 감정이 멀리 쓸려나가는 대나무 숲을 전에 본 적이 있었던가.​


거제에는 대나무가 많다. 맹종죽이라는 것은 80%가 거제도산(産)이라고 한다. 거제 곳곳 산마다 옅은 녹색뭉치가 있는데, 그것이 맹종죽 무리다. 대나무 뿌리는 한 데 엉켜 붙어 있어 그 근본이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얇은 대나무가 뭉치니 단단해 보인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 해변가에 있는 대나무들은 훽훽 노래같은 소리를 낸다. 가지와 잎을 훑고 가는 바람소리와는 다르게 부러질듯 온몸을 구부려서 내는 호흡이다.

김대수 작가는 선비정신을 담아내기 위해서 매, 난, 국, 죽 중에 대나무를 찍었다. 흔들려도 구부러지지 않고 부러지지도 않는 대나무. 푸름을 유지하며 깊고 넓은 뿌리를 가진 대나무.

그런 대나무는 자라는 것이 아니라 솟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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