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디터 람스는 디자이너다. 건축을 좋아했지만 브라운에서 제품 디자인을 했다. 그는 기능이 최대한 드러내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복잡하고 화려한 겉모습을 싫어했다. 직관적이지 못한 디자인은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고 제품과 사용자 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애플 아이폰을 디자인 했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그를 흠모했다고 하니, 그 의미가 와닿는다.
나는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것도 좋아한다. 디터 람스는 오로지 미적인 것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미적인 것에 치중된 것은 싫어했다. 신기하게도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화 시킨 제품은 아주 아름다웠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이다.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단순한 삶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자신의 취향과 삶을 극대화시키는 태도다. 그래서 이러한 디자인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서재를 만들 때 고려 사항은 하나다. 책을 읽고,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조명, 책상, 의자, 책, 스피커, 아늑하게 분위기를 잡아주는 그림과 식물 빼고는 다 들어내는 것이다. 한국화가 여백의 미로 주요 소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덜어내면 그 기능과 주제는 확실해진다. 너저분한 곳에서는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혼란이 생긴다. 우리는 그런 곳을 서재나 거실이나 침실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창고한다. 그 안에서 독서나 글쓰기나 창작활동이나 휴식이나 잠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관점을 삶으로 확장하면 너무 복잡한 사물과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면 정체성이 모호해질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이면 직장인처럼, 사업가면 사업가처럼, 예술인이면 예술가처럼 살아야 한다. 이도저도 아니게 여러군 데를 기웃거리다가 보면 잡동사니가 가득한 서재처럼 그냥 창고형 인간이 된다.
그래서 채우기 보다는 덜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 작업을 진지하게 시작한 것은 사업이 망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였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으니 선택과 집중 과정이 결여되었고, 그래서 삶은 창고가 되었다. 멀리서 보면 덕지덕지 아름다운 것들을 붙여 놓은 이해하기 힘든 예술작품이 되었다. 아무 기능을 못하는 전시회장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한 서랍이 제멋대로 붙은 작품처럼 말이다.
나는 디터 람스가 만든 제품처럼 오랫동안 작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출발은 나의 목표와 본성과 성향 그리고 장점에 집중하기 위해 부수적인 것들을 덜어내는 일이다. 나는 아직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덜어내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Less but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