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즐길 만한 날이었지만, 기념할 만한 날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올해부터 크리스마스는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날이 되었다.
매일 뜨는 해와 달이 뭐가 특별하다고 난리냐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허무주의가 아니다. 로맨스가 빠진 삶은 허무가 아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들에도, 심지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자신의 삶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진짜 허무주의다. 모든 것은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언제라도 지금 이 순간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허무주의이자 로맨티스트이다.
말이야 쉽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은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그러하다고 또한 그렇게 되리라는 생각이 견고히 다져지는 기분이 들기에 기념할 만한 날에 와인 한 잔과 글을 끄적이는 것이다.
수학자 허준이 교수는 천재를 완성하는 요소가 재능과 노력 둘 중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그 경계가 모호하다고 했다. 노력하는 것도 하나의 재능일 수밖에 없기에 노력과 재능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위대한 자가 노력하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그것이 재능이면 또 무얼까라는 의미다. 전에 나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재능이라고 했다. 얽히고 얽힌 삶에서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자 하나의 재능이다. 이 복잡하고 매서운 세상이 나를 밑으로 하염없이 잡아 끄는 가운데 가슴속에 품은 꺼지지 않은 열정은 그야말로 보석이다.
그래서 묻는다. 나는 재능있는 인간일까. 글쎄… 천재는 확실이 아니고, 위대한 사람도 되기는 글렀다. 그러나, 나는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선에 서있다는 것만으로 뿌듯하다.
김영민 교수이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를 경험해본 삶은 실패가 아니라고. 아무 것도 해보지 않고, 실패든 성공이든 자기가 원한 것을 시도해보지 않은 삶이 실패라고.
삶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