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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Jan 16. 2023

창작은 또 하나의 프레임

[영화] 바톤 핑크


영화는 혼란스럽다. 의식의 흐름이 막힘 없이 스크린에  퍼진다. 글을 쓰는 작가, 바톤 핑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뉴욕에서 실존주의 연극을 대성황리에 치른 바톤은 레슬링을 주제로 한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 할리우드로 간다. 돈을 많이 준다니, 작품 하나 끝내고 편안하게 글을 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의 고용인 할리우드 최대 영화 제작사 대표는 글을 읽을 줄도 몰랐다. 어쨌거나 벽지가 떨어져 나가는 허름한 호텔에 머물며 집필한다. 낯선 주제에 영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와중에 선망했던 작가를 만났지만 술주정뱅이에 불과했다는 것에 실망을 하고, 어쩌다가 그의 연인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그 여인이 침대에 피를 잔뜩 흘린채 죽어 있다. 두려움에 울부짖던 그를 도와준 호텔 옆방 투숙객은 연쇄살인범이었다. 그를 잡기 위해 엄청난 위압감으로 바톤을 몰아부치던 형사들은 이 살인범 앞에서 벌벌 떨다가 살인범 총에 죽는다. 호텔은 불타고, 바톤은 그 속을 유유히 걸어 나간다. 이 사달을 뒤로하고, 바톤은 자신의 인생 최고작이라며 자부한 작품을 영화제작사에게 넘겼지만 온갖 험담과 함께 내팽개쳐진다. 그리고 그는 한적한 바다로 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된다. 호텔 벽에 붙어 있던 사진과 같은 근사한 장면이었다.



작가는 그럴싸한 이야기들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우리 삶이 탄탄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또는 무언가를 끄집어내 의미를 부여하고 보이는 것 너머의 세상으로 안내한다. 바톤은 그 작업을 신성시했고, 창작자의 삶은 동경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말미에 살인자 찰리가 호텔에 불을 지르고, 그를 잡으러 온 두 형사를 엽총으로 죽이면서 “이것이 정신이 이끄는 삶이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 순진한 작가의 신념과 자긍을 부수는 것 같았다.

 


극작가로 성공한 작가지만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인생최고 작품이 형편없다며 버려졌다. 그 전의 성공 방식이 실패의 원인이 되었다. 정신이 이끄는 삶은 또 다른 틀에 박힌 삶일 뿐이다. 삶은 우연들의 불연속적인 나열이다.


지금 나의 삶은 수십 년 전에 예측가능했던 모습인가?


바톤은 이제 아무 것도 남겨진 것이 없다. 오히려 극한의 상황이 그를 몰아부치면서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릴지도 모른다. 필요이상의 진지함과 필요이상의 농담 그리고 필요이상의 열정과 필요이상의 자존심이 일을 그르치게 했다면 필요한 만큼의 진지함과 농담과 열정과 자존감은 무엇인가.


누군가 알고 있다면 말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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