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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Feb 11. 2023

내가 나이고, 네가 너이기를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삶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때,

나와 다른 것에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안고 품을 때 풍요로워진다.

습지에 사는 여인이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팍팍한 세속의 연을 끊고 사람이 오지 않는 숲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카야의 가족은 할아버지가 살았던 오래된 숲 속 집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 아버지는 늪지에서 낚시를 하며 자급자족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밀려밀려 들어온 숲 생활은 편안함보다는 막다른 벽에 부딪힌 것처럼 불안을 증폭시켰다. 술에 찌들어 터져나오는 분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향했다. 어머니, 두 명의 언니 그리고 가장 친했던 오빠까지 집을 떠났다. 시끌벅적했던 숲에 적막이 흘렀다.

숲 너머 세상은 카야를 향한 혐오로 가득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습지에 사는 소녀’라고 부르며 그들과 다른 종으로 생각했다.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 아버지마저 카야를 두고 떠났고 카야는 홀로 늡지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그녀를 가장 많이 도와준 것은 백인 동네에서 작은 생필품 가게를 운영하는 흑인 부부였다. 차별받는 두 종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다독거렸다. 그리고 그녀 곁에 테이트라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그녀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녀는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자 글 속에 이렇게 대단한 세상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보이는 것 너머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머리와 가슴에 품고 있던 세상이 글 위에서 구체적이고 아름답게 펼쳐졌다. 그녀는 습지 안에 살고 있는 새, 벌레, 식물, 나무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녀의 고독과 외로움은 습지를 사랑함으로써 누그러졌다. 테이트를 향한 마음도 그만큼 커져갈 때, 그는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그녀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사랑 없는 성공에서 얻을 것은 공허하게 울리는 메이리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 곁으로 다시 돌아간다.

마을 사람들은 습지에서 홀로 사는 카야가 이상하고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녀는 그 안에서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녀의 세상은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었고, 대중은 그 신비로움에 매료된다.

재밌는 사실은 그녀의 마을 사람들의 혐오와 대중들의 관심의 출발이 같다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세상에 사는 그녀에 대한 혐오는 그녀의 책으로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의 삶은 자기 만의 세상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으로서 완성이 되었다. 그녀가 계속 늪지에서 살 수 있게 재정적 지원을 얻게 된 것도, 그녀의 오빠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그리고 평생 함께 늡지에서 연구하며 사랑을 나누게 된 동반자를 얻게 된 것도, 이 모두 자신의 삶을 바관하고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더욱 사랑하며 그것을 타인과 나누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아니고 싶기 때문에 불행하다. 내가 아닌 것을 나처럼 바라보기 때문에 다툼과 혼란에 빠진다. ​


사랑이 있다면 내가 나이기를 그리고 네가 너이기를 바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정보 | 올리비아 뉴먼 감독, 델리아 오언스 동명 소설 원작, 소니 픽쳐스 제작, 넷플릭스에서 공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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