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디

by 랩기표 labkypy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렇듯 인간의 정체성은 허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하는 것도 언어이므로 허상은 더욱 강화된다. 말로는 골백번 더 깨달랐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_ 이토록 평범한 미래 중 / 김연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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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대로 살아간다는 말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가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우습나. 낭만과 유머의 조화가 삶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하다가 예기치 못한 것들과 조우하면서 나름의 판단과 해석을 한다. 그렇게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다듬어진다. 하나의 서사가 쓰여져 나간다. 상황에 맞는 언어로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누구인지 그때 그 자신은 누구였는지 언어로 새겨 넣는다. ​


언어는 투박하다. 그래서 하나의 인간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언어 사용에 익숙해지고, 조금 더 고급스럽게 다듬어도 그 한계는 뚜렷다. 삶에 진정성이 더해질 때 느끼는 환희는 글로 풀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예술을 한다. 언어의 예술도 있다. 예술적 언어는 다른 것들을 절대 감히 함부로 비교하거나 설명하거나 정의하지 않는다. 주어 동사 목적어로 이루어져있어 그 모습은 평범해보일지라도 그것을 읽는 사람을 다른 세상에 들여다 놓는 징검다리가 되거나 질문이 되거나 온기가 되어 몸과 정신을 데운다. ​


언어로 규정되고 박제되는 것들은 허상이고 부질없다. 다만, 그 허상이 깨어지기 위해서는 언어가 언어같지 않은 모습으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자 할 때 조금이나마 가능하지 않을까. ​


나의 언어가 바뀌기 위해서는 내가 바뀌어야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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