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상실의 시대

by 랩기표 labkypy

분노 열등감, 무기력함 그리고 상실감. 이 모든 것으로 시작되는 하루였다. 세상은 과거의 수치스러운 어떤 것을 기억하기보다는 현재 나와의 이해관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너로 인해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철저한 세속적인 욕구를 여기저기에 퍼담아 내기에 바빴다. 그것이 얼마나 나에게 있어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 하나의 명예와 권력의 출처가 된다면, 거침없이 무분별하게 수용할 것처럼 보였다. 그 사회는 종속된 자가 얼마나 성숙했는가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모든 부질없는 것을 두고 운운해봤자, 소용없다. 축제 한 복판에 찬물을 끼얹는 불성실한 게스트 같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지리멸렬한 궤도 속으로 들어가 공존이라는 명분으로 함께 손잡고 끝없는 치욕의 순례길을 미소 지으며 돌고 돌아야 하는 것일까. 어지럽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나의 어리숙한 분별로 발생한 혼돈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눈 앞을 가리는 장막을 걷어 내고자 한다. 나의 의미를 관계 속에서 찾기보다는 지금 나의 이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재발견하고 새로운 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또한 새롭게 탄생한 내 존재가 세상과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한다.

그리고 세상 밖의 사람들아. 응원한다. 언제나 그렇게 기뻐해라.

다시 나는 굴 속으로 들어가 치유의 동면을 취한다.

그때 그 봄의 상실의 시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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