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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r 05. 2023

개인이 되어야 연대할 수 있다

일치감치 강의실을 떠나 신주쿠의 재즈 카페나 영화관에 틀어박혀 있던 하루키에게도 사회와 역사에 합류하는 문제는 큰 고민이었다. 그러하 하루키는 1년에 200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생활을 지속하기로 한다. 다양성 없이 단체에 전념하기만을 요구하는 일본식의 연대 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사회에 대한 개인의 거리두기가 사회적 연대에 전념하는 것보다 사회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하루키의 소설이 시대에 따라 연대와 분리를 교차하며, 같은 사회에서 같은 역사를 의식하고 살 수 있는 방식을 그려내고 있듯이, 개인이 될 수 없는 인간에게는 연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_도쿄적 일상 / 이주호 작가



*


삶은 원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한 점에서 시작해 빙글빙글돌다가 다시 그 자리로 온다. 한 바퀴 돌고나면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차피 또 같은 곳으로 오게 되는거 아닐까 하는 일종의 공허함이 들지만 다시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빙글빙글도는데, 어느 순간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껍데기 둘레를 도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심연을 보게 되면 중심점이 보인다.


아. 그렇구나.


나는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저 중심에서는 모두 같은 거리에 있겠구나. 평생 어디론가로부터 힘겹게 떨어져 나갔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저 중심에서 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어떤 종류의 허무가 오는데, 그것이 싫거나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의 지혜가 번뜩이는 순간이다. 그래서 주변에 있지 말고 중심에 있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중심에 있다는 것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나서서 호소하고 선동하며 이끄는 사람들이 중심에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그들은 보통 주변에 머물러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대정신 등등을 부르짖으며 너의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올바른 신념에 직접적으로 참여와 연대]하라는 식이다.


정치적인 언어를 떠나서 대중문화도 비슷하다. “함께 하지 않으면 뒤쳐지거나 매장될 것이다.” 등등의 말들.  


그러나 그들이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그 모습을 중심에서 지켜보는 자가 있다. 그들은 둘레길을 열심히 뛰는 자들이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중심축을 옮긴다. 그 옮긴 중심축에서도 물론 그들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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