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무식은 열심히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깡패 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지만 어머니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았다. 근근히 하루하루 견디며 살았지만 그의 재능은 탁월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그는 남들보다 뛰어났다. 그 재능으로 훗날 전국에서 제일 큰 영어학원 사장이 되었고, 먼 이국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접수한다. 그는 살기 위해서라는 말을 앞세워 자신의 욕망을 실현했다. 부자가 되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것 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시작은 자신보다 강하고 돈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그들의 고민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켰다. 상대방을 더 높이면서 자신 또한 커갔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위를 볼 필요가 없는 순간이 왔다. 모시던 사람은 경쟁자가 되었다. 성공은 재능보다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불굴의 의지는 모두를 휘어잡았고 마지막 관문만 잘 통과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 차무식은 무너지고 만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라는 시간에 지배되는 인간의 숙명이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다. 그러나 그 방향이 잘못되면 그 끝은 처참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길이 과연 옳은 것인가 따져보는 일은 중요하다. 내 앞에 주어진 기회를 잘 잡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기회인지 구덩이인지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겉모습은 모두 하나다. 한 번 시작된 욕망의 추진은 멈추기 힘들다.
정의로움이 세상을 구원하지 못했고, 악은 매번 새로운 형식으로 재탄생했다. 쫓고 쫓기는 이 둘의 관계는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다. 언론이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는 것으로서 대중은 알권리를 얻었겠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메시지는 다르다. 완벽한 정의와 완전한 범죄에 근접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두 집단의 얽히고 얽힘은 여전히 진행 중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플롯으로 쓰여진 드라마의 극적 전개를 조금이나마 일상의 따분함을 덜어내는 용도로 썼고, 더불어 타인의 시간을 지배하는 연출력과 연기력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메시지의 진부함과 다소 아쉬운 결말에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결국 인생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플롯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 속에 기회를 엿보는 지혜를 가지는 것만이 전부다.
그리고 또 하나,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며 공유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해 본다. 그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것은 시나 음악이나 그림이나 사진이나 영상이나 옷이나 머리 기타 등등을 통해 삶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스치는 금요일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