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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r 31. 2023

카지노

차무식은 열심히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깡패 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지만 어머니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았다. 근근히 하루하루 견디며 살았지만 그의 재능은 탁월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그는 남들보다 뛰어났다. 그 재능으로 훗날 전국에서 제일 큰 영어학원 사장이 되었고, 먼 이국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접수한다. 그는 살기 위해서라는 말을 앞세워 자신의 욕망을 실현했다. 부자가 되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것 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시작은 자신보다 강하고 돈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그들의 고민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켰다. 상대방을 더 높이면서 자신 또한 커갔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위를 볼 필요가 없는 순간이 왔다. 모시던 사람은 경쟁자가 되었다. 성공은 재능보다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불굴의 의지는 모두를 휘어잡았고 마지막 관문만 잘 통과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 차무식은 무너지고 만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라는 시간에 지배되는 인간의 숙명이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다. 그러나 그 방향이 잘못되면 그 끝은 처참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길이 과연 옳은 것인가 따져보는 일은 중요하다. 내 앞에 주어진 기회를 잘 잡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기회인지 구덩이인지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겉모습은 모두 하나다. 한 번 시작된 욕망의 추진은 멈추기 힘들다.


정의로움이 세상을 구원하지 못했고, 악은 매번 새로운 형식으로 재탄생했다. 쫓고 쫓기는 이 둘의 관계는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다. 언론이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는 것으로서 대중은 알권리를 얻었겠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메시지는 다르다. 완벽한 정의와 완전한 범죄에 근접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두 집단의 얽히고 얽힘은 여전히 진행 중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플롯으로 쓰여진 드라마의 극적 전개를 조금이나마 일상의 따분함을 덜어내는 용도로 썼고, 더불어 타인의 시간을 지배하는 연출력과 연기력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메시지의 진부함과 다소 아쉬운 결말에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결국 인생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플롯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 속에 기회를 엿보는 지혜를 가지는 것만이 전부다.


그리고 또 하나, 무엇인가를 보고 느끼며 공유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해 본다. 그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것은 시나 음악이나 그림이나 사진이나 영상이나 옷이나 머리 기타 등등을 통해 삶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스치는 금요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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