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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r 31. 2023

선한 언어와 증거로 세계를 명명하고 재구성

기자 입에서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듣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입체적인 시선을 가지고 다양한 인물과 사건, 상황을 콜라주하는 것도 전달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심하고 실체를 밝혀야 하는 분야에서 팩트라는 터프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내가 하고픈 것은 그게 아니다. 선한 언어와 증거로 세계를 명명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한 발짝 물러서 거리를 두고 전체 형상을 보려는 노력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https://www.bookjournalism.com/talks/3626



***


언어는 그 자체로 함축적이고 다의적입니다. 그래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아름다운 작업입니다. 독자의 영혼을 이리저리 흔들거나 여기저기 데리고 여행을 가는 행위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물론 상기 인터뷰와 같이 언어가 아주 건조하게, 최대한 오해가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쉽고 간결하게 쓰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도 기사, 보고서 등등. 마치 끼니를 먹는 것 같습니다. 건강은 소중하니깐요. 그러나 때때로 애써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단순한 끼니를 내놓는 게 아니라 요리를 하면 삶은 풍성해집니다. 모든 건 하다보면 그 실력이 늘게 되고 시간과 실력이 쌓이면 습관이 됩니다. 이처럼 저는 가끔 일종의 무미건조함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창작 욕구가 솟아오릅니다. 창작 욕구를 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글을 쓰는 행위입니다. 제일 쉽고 간편하니깐요. 그래도 만족감은 큽니다. 요즘말로 가심비가 뛰어나다는 의미.


그 행위가 평가 대상이 되면 힘든 것을 넘어 삶이 조금 서글퍼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일기징과 개인 블로그가 너무 좋습니다. 언어를 통해 “대화를 업으로 삼는 일“, 문화 예술을 경험하고 감상하는 일, 새로운 사람과 공간을 체험하는 일 같은 것을 유지하면 삶에 큰 활력을 얻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재미를 넘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작업은 낯설고 강렬했던 마주침을 언어로 정제하는 순간들이었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언어를 통해 나에게 새로운 ”명분“과 영감을 주는 것이 내가 최선을 다해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하여 내 삶이 물질적인 풍요로 모든 가능성에서 주도권을 쥐고, 자라나는 아이에게 훌률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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