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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Apr 20. 2023

문제는 ‘나이’가 아니가 ‘나’이다

바이브컴퍼니 송길영 부사장 님을 보러 간 것은 특별한 무언가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강연 내용은 이미 영상과 책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 익숙하다. 그의 책에 대한 리뷰도 써서 한 미디어에 기고한 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관계가 그러하듯이 직접 보지 않으면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는다. 책으로 가끔 머리가 띵 울리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부족하다. 그래서 지식과 경험이 동시에 쌓여야 진짜 실력이 된다. 실력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그저 직접 보고 듣는 것은 간접적으로 깨달은 삶의 소중함에 대한 조그마한 헌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송길영 부사장의 트레이드마크는 검은 뿔테 안경인데, 오늘 강연에서는 그것을 쓰지 않았다. 어색했다. 그러나 특유의 툭툭 튀는 빠른 목소리에 금방 익숙해졌다. 200여명이 모인 강당에 서서 그는 거제도에 처음 온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거제도에 오게 된 이유도 그와 같다고 했다. 한 번 가봐야겠구나. 끌리면 가는 여유. 낯선 여행을 즐기는 삶. 늙음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는 여전히 젊구나. 낮 강연이니 끝나고 어디 근사한 곳에서 회라도 먹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구나. 빅데이터 전문가답게 어쩌면 익숙한 강의 준비 보다 거제도의 주요 관광지 혹은 맛집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강의는 최근 트렌드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결국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인데, 요약하자면 인구 감소와 개인화에 따른 세대간의 갈등 심화를 어떻게 풀 것인가였다. 단톡방에 초대되지 못하는 부장님, 결혼 조건에 부양 부모 여부가 추가되었다는 사실. 60대는 더 이상 노인이 아니라는 현실. 20대와 60대 모두 즐기는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는 같다는 이야기.


새로웠던 것은 chatGPT와 나눈 대화를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것이다. 지능의 외주화.


결론은 앞으로의 세상은 나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아주 심플했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자. 다른 것을 따라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 젊음을, 타인을 흉내내지 말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면서 늙어가자. 뻔하다. 그러나 송길영 박사는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관심이 멀어지기 때문에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고 했다. 원래 인생은 뻔하지만, 그 간단한 문제를 어렵게 돌아돌아 풀어가는 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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