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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y 11. 2023

삶은 우리에게 달려 있고, 또한 달려 있지 않다

[넷플릭스] Beef

두 삶이 등장한다. 간단히 말해 부자와 빈자다. 각자 열심히 산다. 산적한 문제들에 골머리 썩으면서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간다. 머리가 복잡한 두 인물이 마트 주차장에서 충돌한다. 차량 사고가 날 뻔했다. 서로에게 화를 내게 되고 로드 레이지(보복 운전)가 발생한다. 이후부터 두 삶은 서로 엉켜붙으며 계속 꼬여가다가 결국 파국으로 치닿는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는 전재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어 드라마의 구성이 일관성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윽고 이처럼 결 다른 이야기들이 서로를 관통하면서 엮인 것이 바로 우리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에브리씽 에브리 웨어 올앳원스‘를 제작했던 ‘A24’의 작품이다. 전작의 메시지가 오버랩된다. 바로 ”친절하라.“

우리 삶은 우리 스스로 조절이 불가능하다. 내 삶은 이대로 충분한가를 끊임없이 묻는 우리는 이러한 전제 앞에 거대한 무력감에 빠진다. 애초에 내가 가진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니….그저 볼품없이 엎드릴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축복이라는 삶에 너무 무성의한 게스트가 될 것만 같다. 음악이 흐르고 조명이 터지면 우리는 춤이라도 춰야하지 않을까. 결국은 ”친절“의 메시지가 둥둥 떠다닌다. 너의 삶은 네가 맺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네가 마주하는 모두에게 친절하라. 그리고 네 스스로에게도 관대하고 친절하라.

삶은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려 로드 레이지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와 같은 그 때 내가 그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아무 의미 없다. 단지, 지금이라도 나에게 해로운 것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것이 중요하다. 화를 멈추는 것, 나의 화를 일구는 관계를 끝내는 것 등이다.

매번 ‘A24’ 작품을 볼 때마다 니체의 영원회귀, 아모르 파티와 장자의 장주지몽, 켄 웰버의 무경계가 떠오른다.

다시 한 번 be 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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