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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y 22. 2023

익숙하지만 낯선 세계

[영화] 애프터썬

두 세계가 공존한다. 누군가와 함께 하더라도 각자의 세계는 다른 것을 보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가까운 누군가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착각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에 대해 보여지는 것을 기반으로 판단하는 것은 마치 여름은 날씨가 무척 더운 계절이라고 단순하게 정의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반면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 그가 남긴 글이나 음악이나 그림과 같은 작품을 보고 판단하는 것도 비슷한 일반화의 오류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대로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내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과 나의 두 이면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 솔직한 모습으로 먼저 다가서는 것외에 별다른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축복에 가깝다. 피상적으로 엮인 사회생활과 사적 공간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빽빽하게 밀집된 현대 사회는 이러한 교감을 가지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쉽게 지치고 상처를 받게 된다.

이는 가족도 마찬가지다. 우린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과 아집에 가깝다. 상대방에 대한 섣부른 추측과 과도한 요구로 인해서 다툼이 발생한다. 더불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를 제대로 알아봐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소피는 십 년 전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을 즐겼다. 그녀는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이혼해서 함께 살지 않는다는 사실과 가난한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해 이곳저곳을 유랑하듯 살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만날 때마다 누구보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를 각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소피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타는 것을 우두커니 서서 손을 흔들며 캠코더로 찍었다. 이후 그는 어둡고 껌껌한 튀르키예 휴양지 바닷가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캠코더 안에 담긴 영상을 보며 아버지를 회상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것이 아버지의 어떤 모습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일상과 그의 내면은 어땠을까 추측할 뿐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물었다.

나는 누구일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를 세상으로 이끈 것은 분명 아버지였지만 나는 그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어디서 어떻게 출발했는지 알지 못해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득한 삶이다.​


인간은 너무나 빈약하고 서툴며 깨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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