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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Jun 28. 2023

우리는 끔찍하다. 그러나…

블랙미러 시즌 6-1편 | 존은 끔찍해

너도나도 몰입감을 높이는 것에 혈안이 된 데는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많고 시청률이 높을 수록 수수료와 광고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SNS등 우리가 사용하는 미디어 관련 플랫폼은 알고리즘화 되어 있고 그것이 편견과 분열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괄목할만한 진전이 보이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은 이익을 증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몰입감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다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다른 경로를 찾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규제를 완화하며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새롭게 프레임을 짜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대중은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면 조그마한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시장의 효용성과 국가간의 경쟁 우위 점유라는 의견에 동조하며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데 손을 보태게 된다. 그러나 효율과 이익만 따지는 게 되는 경우 사람은 그저 소비주체로서의 의미로만 머무르게 되면서 수단화된다. 따라서 이러한 실태를 바로잡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안타깝게도 자본주의 시대에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에 공개된 블랙 코미디 미니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6-1편 <존은 끔직해(Joan is awful)> 또한 이러한 위험성을 비꼬고 있다. 일반인의 개인정보가 법적 허용성을 통해 거대 스트리밍 기업에 흘러들어가게 되고, 스트리밍 회사는 그중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만 편집해 드라마로 제작한다. 제작은 딥페이크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아주 간단하고 쉽다. 이로써 존의 일상은 매일 생중계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 그것도 끔찍한 사람으로 둔갑해서 말이다.


드라마에서 이를 취재하는 기자가 왜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다루고 있는지, 존의 좋은 점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느냐며 거대 스트리밍 기업 대표에게 묻는다. 그러자 그 대표가 한 대답이 바로 ’몰입감‘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 더욱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다. 공감보다는 비하가 본인 스스로를 더욱 나은 사람으로 보여주는 효과를 주게 되고, 칭찬보다는 욕을 함으로써 스트레스가 더 풀리는 효과도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다윈이 말했던 적자생존의 의미가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책 <다정함이 살아남는다>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진화인류학적으로 인류는 공감과 협력을 통해 살아남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코로나19로 표정이 사라지자 우리는 타인을 불편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도 살아남아 더욱 행복한 삶을 꾸려가기 위한 방법은 무분별한 개발과 과열 경쟁 구조로 인한 소수의 승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공감과 충분한 설득이 동반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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