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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r 13. 2024

무엇을 남길 것인가

[영화] 파묘


“다 지나간다, 중요한 건 그것이 남기는 흔적”


_배우 김고은 인터뷰중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30906.html#ace04ou



***


이미 800만이 넘은 영화에 대한 줄거리나 숨은 의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것이 나에게 남긴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 기록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진지하고도 몰입감 있게 진행된다. 그리고 그속에 등장하는 귀신과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그 진지함 속에 묻혀있다는 것은 그것들의 유치함과 비공감을 뛰어 넘을 만큼 이 영화에 큰 힘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이 우리 일상에 아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무속신앙과 항일정신으로 대표하는 부정한 과거 청산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점을 안볼 수는 있지만, “복 나간다고 발 떨지 말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듣는 게 우리나라 문화다. 또한 좋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안 좋다는 건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나라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무속신앙에 대한 인식이다. 영화 <파묘>는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 정기를 끊기 위해서 쇠말뚝을 받았다는 풍수지리 요소와 망자의 혼과 함께 살며 필요할 때면 빙의를 통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을 하는 무당의 이야기가 결합하여 험하고 악한 것을 끊어낸다는 스토리다. 나고 자라는 토지에 서려 있는 악한 기운은 걷어 내야 한다는 대의로 각자 분야에서 평범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지관, 장의사, 무당들이 똘똘 뭉치는 이야기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네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들이다. 그 모두가 죽음과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그 죽음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삶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운명 위에 그려진다. 유한한 삶에서 무한한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 인간이다. 죽음과 무속신앙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너무나 가깝고,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분야이다.


영화는 이러한 멀고도 가까운 요소를 통해 땅 위에 살아가는 현존 인간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나라는 암울한 역사 속에 우리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갔다. 한 개인도 마찬가지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달성했거나 무너졌다. 그 국가적 개인적 역사는 기록되거나 구술되어 전해내려지고, 후손들은 그것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삶을 꾸려나갈 때 참고한다. 때문에 지나가는 모든 것에 흔적이 있고, 그 흔적이 무엇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는 중요하다.


일제 시대는 지나갔지만, 그 흔적은 아직도 제대로 정리되거나 치유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긴 기억은 득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 것이며, 끊임없이 되물림되는 부와 명예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이러한 울림은 강력하다. 나 또한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최민식 배우가 연기한 김상덕처럼 돈을 밝히지만, 이 땅위에 존재해야 하는 정의, 한 나라의 정기를 부수기 위해 저질렀던 악행의 상징인 쇠말뚝을 뽑아내겠다는 결심은, 비현실적이지만, 우리가 모두 끄덕이며 공감할 만큼 충분한 명분이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난한 과거를 지나오면서 그것이 새로운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흔적을 어떻게 대하고, 험한 것의 상징을 제거하고 앞으로 추구해야 할 표상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일일 것이다.


영화 파묘가 그랬다.


한편으로 너무나 우스운 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 그리고 배우들의 충분한 분석을 통해 펼친 열연 그리고 카메라와 사운드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 연출력 덕분에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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