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벌룬피쉬의 베게
"그런 거 없어요."
듬직한 체격에 까까머리를 하고 손가락에 O.V.E.R.F.L.O.W라는 문신을 새긴 수구라고 불리는 녀석은 물어보는 것마다 답이 편안했다. 10년 동안 힙합 음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고, 주류에 승선하지도 서울로 상경하지도 않고 자기 좋아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면서 묵묵히 음악 만을 해왔다. 곰처럼 생겼지만, 세심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사진을 찍어 보여줄 때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그였다.
얼마 전부터 그와는 생김새가 정반대인 티왈리와 함께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밤새 곡 하나 만들지 않으면 나오지 않겠다는 호언장담을 했다.
"곡은 그때그때마다 쉽게 나왔던 것 같아요"
평소 수구와 티왈리의 음악적 스타일이 달랐다고 생각했기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나 기타 트러블이 많았지 않았나 생각했지만 단지 우려일 뿐이었다.
역시 중요한 것은 겉이 아니라 속이었다.
둘은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었다.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둘은 그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험지 같은 세상은 그런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시간이 되자 매몰차게 시험지를 걷어 가고는 낙제라고 점수를 매겼다. 그들은 그저 시험지 모퉁이에 적은 낙서와 그림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러다 한 번 웃고는 뭐 그러면 어쩔 수 없지라며 기타를 들고 멀어지는 권위자의 뒷모습에 대고
잠 좀 자라.
그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레트로든 뉴트로든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어요. 그냥 옛 것을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현재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면 과거를 잊으려 하는 사람은 훌륭한 위인이라도 되는 것인가. 이런 피곤한 논쟁 따위는 모르겠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듯 편안한 베개 위로 잠이 든다며 눕는 그들이다.
들리는 멜로디에 흥얼거리다 반복된 가사가 귀에서 묘한 잔향을 남기는 그런 음악이다. 기존의 것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노력한 흔적에 박수를 보내며 그 훌륭한 결과물에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음악 링크: 벌룬피쉬 - 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