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리즈] 폭군
박훈정 감독의 작품답게 시원시원한 액션과 거침없는 전개가 돋보였다. 다소 어색한 CG나 설정이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좋았다.
박훈정 감독은 <마녀>, <낙원의 밤>과 같이 여주인공을 내세웠다.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상대방을 깨부수는 모습에서 매력과 동시에 통쾌함이 쏟아진다. 마치 사회적 약자가 굴레를 뚫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든다.
“검은 머리 미국인이 너무 많아”
시리즈 제목인 ‘폭군’은 일종의 괴물 군인을 말한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군인이다. 한국은 폭군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가로막는다. 미국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국의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타국의 기술력을 억제해왔다. 핵, 대륙간미사일, 전투기, 항공모함 등 실제로 미국의 간섭으로 개발되지 못했었다.
시리즈에서 미국은 한국의 ‘폭군’ 프로젝트를 무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이 군사적 분쟁과 킬러가 엮이게 되면서 사태는 복잡하게 흘러간다. 외부의 간섭으로 폭군 프로젝트가 위태롭게 되었지만, 킬러의 개입으로 폭군 프로젝트는 본의 아니게 완성된다. 킬러 채자경이 폭군이 된 것이다.
최국장은 한국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군사력과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쉽지 않다. 인간은 굴종의 습관을 가지고 있고 물길은 대세를 따라 흘러들어가기 마련이다. (영화 설정상) 강대국 미국은 약소국 한국의 인재를 미리 선별해 자신들의 일원으로 길러낸다. 권력 유지를 위해서 장학사업을 벌였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게 길러낸 인재는 후에 한국의 요직에 머물면서 미국과 내통하게 된다.
폭군 프로젝트가 미국에 알려지게 된 것도 미국이 길러낸 요원 때문이었고, 그들의 프로젝트를 무마하기 위해서 보낸 인물도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과 교류가 꽤 깊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단단하기만 했던 권력의 울타리는 곧 그들의 계획으로부터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폭군 프로젝를 이끌어가는 요원 최국장은 미국이 일찍부터 키워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국장은 그들의 속셈을 뚜렷이 파악했고, 대세에 이끌려가기 보다는 조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기로 한다. 미국으로부터 배운 지식과 경험을 자신의 조국을 위해 쓰기로 결심하면서 미국의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영화는 또다른 시리즈를 기약하면서 끝난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의 세계관이 시리즈로 옮겨와 또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 지 기대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