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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Oct 01. 2024

먹방, 쿡방을 넘어선 한편의 드라마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귀로 듣는 것이고, 그림을 이해하는 길은 눈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을 진정으로 알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당연히 먹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먹지 않고, 먹방을 보며, 심지어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에 열광한다. 왜일까? 욕망이란 늘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나는 순간, 그 어떤 것도 이를 막을 수 없다. 먹방이나 요리 프로그램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 식욕을 자극하고, 그 욕망을 화면을 통해 대신 충족시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2024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유튜브 인기 콘텐츠 1위는 역시 먹방이었다. 그 뒤를 잇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여행이었다. 2023년 조사에서는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튜브 콘텐츠 1위로 먹방(49%)을, 2위로 쿡방(32%)을 꼽았다.

한 심리학 연구는 먹방의 인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먹방을 볼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우리 뇌 속의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보며 그 감정을 우리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직접 먹지 않더라도 대리만족을 얻게 된다."

이처럼 대리만족 콘텐츠의 인기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외로운 현대 사회에서, 특히 입시 경쟁 속에 놓인 한국 청소년들에게 음식 콘텐츠는 위로와 해방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먹방, 쿡방을 넘어선 ’흑백요리사‘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는 이미 유명한 셰프들이 등장해 마치 미술 작품을 창조하듯, 요리라는 예술을 펼친다. 그들은 각각의 경력과 명성에 따라 흑과 백으로 나뉘고, 흑은 백의 자리를 넘보기 위해, 백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사의 경쟁을 벌인다. 이들의 요리를 심사하는 인물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아 거대한 프랜차이즈 제국을 세운 백종원 대표, 그리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파인다이닝 셰프 안성재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요리 그 자체를 다루지 않는다. 대중적 맛과 고급스러운 맛이 어떻게 교차하고, 그들이 만나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준다. 마치 다른 색의 물감이 한데 섞여 새로운 색을 창조하는 과정처럼 말이다. 요리사들이 창조한 결과물은 단지 그들의 경력이나 명성의 산물이 아니라, 피와 땀으로 빚어진 예술작품이다.

이미 실력 있는 셰프들이라 해도, 이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대표 심사위원 두 명뿐 아니라 98명의 일반인 심사위원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 대결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팀워크다.

쿡방에서 리얼리티 드라마를 담다

각자 인정받은 셰프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바로 팀워크였다. 흑색 요리사와 백색 요리사가 각각 팀을 꾸려 생선과 고기를 재료로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은, 단순히 요리 대결을 넘어 리더십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이들은 이미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리더였다. 그러나 리더가 많을수록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이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힘을 모아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그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흑색 요리사 팀은 리더가 다양한 의견 속에서 혼란을 겪었고, 메뉴 선택조차 쉽지 않았다. 백색 요리사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팀원들 역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리더가 흔들리자 팀은 방향을 잃고 흔들렸다.

반면, 백색 요리사 팀은 자신들이 선택한 리더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다소 생소한 메뉴인 가자미 미역국을 선택했을 때도, 재료가 부족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리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부족한 재료를 직접 상대팀에게 빌리러 가는 그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 속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히려 팀원들은 그러한 리더의 모습에 그에 대한 믿음이 더 단단해져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심사과정에서 흑색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두 명의 메인 심사위원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백종원 대표는 이 리조또가 자신이 먹어본 것 중 최고라고 칭송했다. 마치 감독을 잃은 축구팀이 개개인의 기량으로 승리를 쟁취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반인 심사위원들은 백색 요리사 팀의 손을 들어주었다. 최현석 셰프의 리더십이 대중의 입맛을 제대로 읽어냈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대중적이면서도 신선한 메뉴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흑색 요리사 팀이 이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팀 대항전이 벌어진다면, 모두가 최현석 셰프처럼 행동하려 할 것이다. 요리에서 과정이 훌륭해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듯, 팀워크 또한 마찬가지다. 돌발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리더가 있다면, 팀은 반드시 승리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최현석 셰프가 이끈 백색 요리사 팀은 그 과정을 통해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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