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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Oct 15. 2024

방향이 달랐던 두 칼날의 시선

[넷플릭스 영화] 전,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연기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에 왕은 사람은 모두 동등하다고 조용히 외쳤던 사람들을, 국가 체제를 위협한다며 모두 목을 베었다. 그리고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아래 것들을 모두 남기고 홀로 신속하게 중국으로 망명할 요량으로 떠났다. 왕은 초대받지 못한 중국을 바라만 보며 발만 동동 구르다가 땅과 바다에서 구국의 영웅들이 일어나 나라가 무사해진 것을 알고 안도한다. 전란이 끝나고 왕은 다시 전에 살던 곳에 와서 한 일은 무너진 궁을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6년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겨우 목숨만 건진 백성들은 그런 왕에 혀를 내둘렀다. 더구나 공이 큰 의병들이 들고 일어나 자신과 나라를 위협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다가 이순신을 잡아 매쳤듯이 그들을 핍박했다. 결국 왕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처럼 그들의 목을 베고 다시 자신의 권위를 찾았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다. 영화 속에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가난 때문에 노예가 되어버린 천영(강동원 분)과 뼈대 깊은 무관 집안의 장남 종려(박정민 분)다. 둘은 몸종과 양반이라는 관계 속에 있었지만, 우정을 나누며 친구가 된다. 영화는 시대물 액션 장르이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계급을 넘어 인간 본연의 감정을 탐구하며 강한 감동을 준다. 두 인물이 맞닿는 사건을 통해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천영

이번에는 좋은 배역

가난 때문에 노예가 된 천영은 종려의 몸종이 된다. 그는 천부적인 무사로, 검을 다루는 솜씨가 남달랐다. 그러나 신분의 한계는 그가 무관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았다. 그는 오로지 종려의 급제를 위해 희생해야만 했다. 종려가 검술 연습 중 실수를 하면 대신 종아리를 맞아야 했다. 그럼에도 천영은 고통을 참으며 눈으로 사부와 종려의 움직임을 익혔다. 결국 종려와 검술을 함께 닦으며 진정한 친구가 된다.


종려가 여러 번 낙방하자 천영은 그를 대신해 시험을 보고 장원 급제할 테니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종려의 아버지에게 제안한다. 거래는 성사되었다. 천영은 자신의 말을 지켰으나 종려의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왕의 태도와 다르지 않았다.


“아랫것과 내가 같은가?”


그는 천영의 당돌함을 괘씸하게 여기고, 부정한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천영을 음해하려 한다.



종려

복잡한 내면을 훌륭하게 표현

종려는 천영이 혹독한 운명을 피해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천영에게 왕이 하사한 칼을 건네며 안 보이는 곳에서 자유롭게 살라고 권한다. 이후 종려는 왕의 호위무사가 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추노꾼이 천영을 잡아와 종려의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린다. 천영은 분노에 차 있었고, 종려는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천영이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때마침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종려는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할 관리였다. 그는 왕의 곁으로 가기 전에 뒤주에 갇힌 천영을 풀어준다. 종려는 겨우 살 궁리가 생겼다.



뒤집힌 세상과 자유


전란이 터지자 세상은 뒤집혔다. 종들은 자신을 속박하던 문서를 불태우고 주인을 죽이며 자유를 찾았다. 왜군의 침략은 오히려 억눌린 이들에게 해방을 선사하는 역설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그들을 반기지 않았을까. 그러나 바다 건너온 왜군은 주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죽였다. 결국 사람들은 불합리한 세상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함께 의병이 되었다.


천영은 다 죽고 떠난 뒤 불타고 있는 종려의 집을 찾았다가 그의 부인과 아들을 발견한다. 그러나 종려의 부인은 양반의 법도를 고수하며 천영의 손길을 거부하고, 불길 속으로 몸을 던져 죽음을 택한다.


후에 종려는 부인과 아들의 죽음을 천영의 탓으로 오해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피비린내 나는 복수와 분노로 변질된다.



엇갈린 우정과 역사의 비극


이후 천영은 의병으로 활동하며 민중을 구하고, 종려는 비굴한 왕을 지킨다. 천영의 칼은 적을 향했고, 종려의 칼은 백성들을 향했다. 천영을 적과 대치해 싸워 앞으로 나갔고, 종려는 그로부터 멀리 멀어지며 그들을 방해하는 백성들을 물리치며 뒤로 나갔다.


그 둘의 궤도가 다시 합쳐진 것은 임진왜란이 끝난 후였다. 천영이 그의 수장과 함께 마땅한 공을 받기 위해 왜적의 잔당을 데리고 궁으로 갔을 때다. 그러나 왕은 그들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치졸하고 비겁한 판단으로 찬영의 우두머리를 죽인다. 그때 종려는 찬영을 보게 되고, 도망친 찬영을 잡기 위해 만인의 적인 왜적 무리를 활용해 그를 추격한다.



시대의 거울


이 영화는 묻는다. 그 시대 왕이라고 불렸던 국가 권력의 본질이 무엇인가. 개인의 사사로움이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가. 사회가 부조리할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한편으로는 이 모든 불행을 견디고 싸우며 살아남은 이들의 역사가 오늘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되새겨진다. 하지만, 여전히 불합리한 권력의 속성에 핍받받는 현실이 겹쳐져 슬프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극본과 김상만 감독의 연출로 완성된 <전,란>은 단순한 시대물이 아니다. 날카롭게 현실을 꿰뚫는 철학적 메시지로 가득 찬 작품이다.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https://youtu.be/BdFKpB8RF4g?si=2uxTbASCfkStgH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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