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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Nov 01. 2024

지옥은 어디에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https://youtu.be/28iyQy0ROtE?si=wmMQlf4sld5fAscX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리즈는 천벌과 지상의 혼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천벌에 대한 해석이 각기 다르게 난무하며, 사람들은 각자 믿고자 하는 대로 상황을 바라본다. 그로 인해 세상은 점점 더 분열과 갈등 속으로 빠져든다. 감독은 알 수 없는 ‘하늘의 뜻’과, 그것을 이해해야만 질서를 찾을 수 있는 ‘지상의 삶’ 사이의 관계를 과감히 드러내며 질문을 던진다.


심판의 날, 천사가 고지를 내리다

이 시리즈에서 천사는 인간에게 다가와 지옥에 갈 시간을 고지한다. 그리고 정확히 그 시간에 지옥의 사자들이 등장해 ‘시연’을 벌인다. 사자들은 인간을 잔인하게 때리고 뜨거운 불길을 일으켜 잿더미 같은 검은 형체만 남긴 채 사라진다. 하늘이 직접 인간을 시각적으로 심판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천사는 이 시연의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그들의 죄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대중 앞에서 이러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지조차 모른 채, 사람들은 공포와 혼란 속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다.


신의 뜻을 전하는 자, 정진수

세상이 혼란에 휩싸이자, 이 모든 것을 예언했던 인물 정진수가 주목받기 시작한다. 정진수는 어쩌면 지옥의 고지를 받은 첫 번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2004년,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지옥의 고지로 인해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진정한 지옥 같은 나날 속에서 그는 마침내 결심한다. 세상을 더 정의로운 곳으로 만들겠다고. 그리고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당신도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갈 수 있다. 그러니 모두 신의 가르침 앞에서 무릎을 꿇어라.” 사람들은 그를 메시아로 숭배했고, 그의 뒤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생겨났다.


시연의 진실을 둘러싼 갈등


그러나 시연의 이유는 여전히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새롭게 등장한 종교 단체들은 이를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이용하기 바쁘고, 정부는 이러한 단체를 활용해 사회 질서를 잡으려 한다. 이 모든 것은 서로 얽히고설키며, 복잡한 실타래처럼 갈등을 만들어낸다. 지옥 시리즈는 이 가운데 질문을 던진다.


“과연 지옥이란 무엇인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지옥은 죄인이 내세에서 영원한 형벌 속에서 고통받는 장소다. 정의로운 삶과 신을 믿고 따르는 것이 이 지옥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은 시연을 두고 광신에 빠진 사람들에게 아내를 잃은 천세형이란 인물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신은 아무 의미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사람들이 서로를 파괴하도록 만든다. 그것이 지옥이다.” 지옥이 단지 내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을 향한 인간의 갈망과 해석


과학이 세상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궁극적인 의미와 원인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어쩌면 종교가 그 의미를 덧붙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는 인간이 교리에 따라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그것이 지옥을 피하고 낙원에 이르는 길이라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교리를 오독하고 이익을 위해 악용한다. 지옥 시리즈는 인간이 신의 뜻이라는 교리를 이용해 어떻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며 폭력을 행사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가령, 성경은 하나이지만, 그것을 따르는 세력은 수없이 많고, 그들이 이름 아래 자행한 억압과 폭력의 역사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결국, 새진리교, 화살촉, 소도 – 그들 모두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겸손을 잃고, 그 자리를 인간의 탐욕이 차지하면서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인간은 과연 진정한 신의 대리인일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신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는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세상을 품어야 한다는 믿음만은 남아 있다.


연상호 감독은 앞으로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시연이라는 시각적 신의 행위가 인간의 탐욕과 교만과 합쳐져 어떤 이야기를 시현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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