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외교관
케이트는 외교관이다. 그녀의 남편 핼은 그녀보다 더 유명한 외교관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분쟁 지역이라는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활동하며 실질적인 공을 세운 인물이다. 케이트는 그런 남편을 곁에서 보조하며 함께 외교적 노선을 걸어왔다.
하지만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핼과 명분과 과정을 중요시하는 케이트는 매일같이 갈등을 빚는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에 합의했지만, 서로의 상반된 매력에 강하게 끌려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다.
어느 날, 영국에서 항공모함 폭발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중동 대사로 발령될 예정이었던 케이트와 핼은 영국으로 급히 파견된다. 모두가 핼이 대사로 임명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그 자리는 케이트가 맡게 된다.
케이트는 영국에서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항공모함 폭발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이는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 간 첨예한 갈등의 산물이었다. 사건은 점차 확대되어 외교부 직원이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케이트는 점점 더 깊이 영국의 내정에 관여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실리주의자인 핼과 이상주의자인 케이트의 관계를 통해 정치와 외교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 핵심은 실리와 명분, 과정과 결과라는 보편적인 갈등 구조다. 두 주인공은 각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부딪히지만, 동시에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이를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현실을 바라보더라도 해석은 제각각이며, 이러한 차이가 정치적 세력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결국 정치란 이익과 신념을 수호하기 위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무엇이 옳은지, 어떤 방식이 정당한지는 명확히 정의될 수 없다. 변화 속에서 기존 관습과 체제를 수정하며 나아가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지만, 현실 속 정치란 권력의 확보와 유지로 귀결된다. 이 과정에서 실리와 명분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정치적 이상은 선전과 기획의 영역으로 변질되기도 하며, 이는 곧 실제 삶으로 이어진다.
핼과 케이트 역시 자유주의를 수호하고 독재 체제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구제하고자 했으나, 그들의 노력은 중동에서 실패로 끝났다. 대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철수 이후 그들과 협력했던 이들은 반란자로 몰려 처형되었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미국은 전략적 판단으로 철수를 강행했지만, 그들이 남긴 것은 몇 년간의 평화에 불과했다. 근본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핼과 케이트는 이러한 실패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영국에서 발생한 항공모함 폭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 죄책감과 책임감을 짊어지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항공모함 사건은 단순히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서양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유럽, 러시아, 미국 간 전략적 요충지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의 일부였다.
핼과 케이트는 이러한 복잡한 국제적 사건 속에서 무엇을 우선시할지 고민하게 된다. 거대 권력과 국가 간의 이권 다툼 속에서 그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선택을 넘어선 정치적·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완벽한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누구와 함께하느냐다. 또한, 영국 문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픽션은 외교관의 복잡하고 다면적인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현재 시즌 2까지 공개되었고, 시즌 3는 제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