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턴트맨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과 존 윅 시리즈의 데이비드 리치 감독이 손을 잡은 영화 스턴트맨(The Fall Guy)은 스턴트맨들의 헌신에 대한 헌정과 동시에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기술이 창작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세상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영화는 시원한 액션과 화려한 비주얼을 선사하면서도 그 뒤에 있는 불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스턴트맨의 헌신과 위험 속에서 태어나는 액션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SF 영화 <메탈 스톰>을 찍는 신인 감독 조디와 그녀의 옛 연인이자 스턴트맨인 콜트의 이야기다. 조디와 콜트는 과거 영화 촬영 중 콜트가 큰 부상을 겪은 뒤 큰 상실감을 안고 갑자기 사라져 갈라졌으나, 조디의 영화 촬영장에서 운명처럼 재회하여 서로의 감정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이번 영화 촬영 중 주연 배우 톰이 사라지자 콜트는 조디의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직접 그를 찾아 나선다. 그러니 그 뒤에는 영화 제작자의 숨겨진 악의가 있었고, 스턴트맨들이 그에 대항하며 싸우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스턴트맨들이 겪는 고통과 헌신을 묵직하게 조명한다. 매번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액션을 창조해 내는 그들의 뒷모습은 눈부신 액션 장면 너머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딥페이크와 기술의 아이러니
영화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는 장면들을 통해 오늘날 창작 환경이 직면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콜트의 얼굴에 녹색 점을 찍고 그의 스턴트 연기를 토대로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톰의 얼굴을 입히는 장면은, 더 이상 유명 배우가 실제로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상징한다. 이제 유명인은 이름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모습은 우리 사회의 노동 착취와 부의 집중 현상을 반영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모여 굴러가는 사회이지만, 그 열매는 특정 소수에게 돌아간다. 만약 메탈 스톰 주인공 톰에게 이 문제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가 이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이 있었는지 아는가?“ 우리는 이 모습에 어떤 생각이 들까.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보고 따라가고픈 ‘아이돌’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선택받지 못한 처지를 그저 한탄할 뿐이다.
창작자와 인공지능의 상호 관계
오늘날 할리우드에서는 딥페이크와 같은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인해 수많은 창작자들이 일자리 상실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익숙한 배우의 얼굴이 결합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창작이 단순한 기술적 산출물로 전락할 위험을 내포한다. 더 이상 창작자가 아닌 기술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창작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삶을 살아가며, 창작물 또한 창작자와 관객 간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창작자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인간의 사고가 점차 지배당하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술은 본래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그 도구의 보편화로 인해 영화 속 주인공 톰처럼, 특정한 영향력을 가진 자들이 모든 보상을 독점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어야 할까?
결국 이 영화는 관객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정말로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기술이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영화 ’스턴트맨’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액션 너머 그 속에 담긴 깊은 성찰을 안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