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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Nov 08. 2024

맥락과 피드

존재는 그 자체로 본질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관계를 맺으면서 존재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여기서 나는 무엇이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극복하는 것이

자아성찰과 정체성 회복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당연히 들겠지만,

그것 또한 그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생긴

하나의 존재의 형태일 뿐이다.


나의 자질이나 성향이 그 환경에 닿으면

어떤 작용을 할지는 되어 봐야 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상황에서 불행하다면

그것은 필히 나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기계발이 넘쳐나는 시대다.

숫자로 부풀려진 성공은 한편으로는 거대한 성 같다.

그러나, 그 또한 그들이 맺었던 관계속에서 발현된 것일 뿐, 내 형편과는 아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맥락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환경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고, 그 관계를 원만하게 할 것을 찾아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크게 소모의 길과 생산의 길로 나뉘어지는데,

그것은 이렇게도 설명이 가능하다.


지금 내가 어떤 정체성, 특정한 자아를 강하게 밀어부친다면,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것.


반대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동시에

기존의 것을 비워낸다면,

지금 내가 마주한 환경이 새롭게 비워낸 나를 통해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어줄 것이라는 의미.


불교에서는 공이라는 의미로 쓰는데,

이것은 허무주의가 아니라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흘러넘쳐 기쁨으로 치닿는 길이다.


현대는 ‘피드의 세상’이다.

내가 보고 듣고 하는 것은 예전처럼 노력을 기울여

선택하는 것과 다르다.


이제는 내가 어느 피드의 흐름 속에 있는지가 중요하고

내가 할 일은 그 피드의 세상을 고르는 일이다.


그 피드가 화려하고 자극적인 빠르게 흘러가는 곳이라면 나는 어떻게 그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반대로 깊은 사유를 필요로 하는 다소 느린 곳이라면

또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반대로 나란 존재가 어디에 맞는지


그것이 중요하다.


오프라인 공간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공간은 무언가를 구매하러 가기보다는

이미 인터넷 피드의 세상을 걷고 있는 내가

또다른 비슷한 맥락의 새로움을 경험하기 위한 곳이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구매행위 보다

머물러 경험하는 행위가 중요시 된다.


그들은 그 안에서 영감을 얻고 싶어하고,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이 세상과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지금 내가 뭔가 아쉽거나 잘못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비워내라.


나와 세상을 벗겨내라.


그 방법은 무작정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전복시키는 것이다.


방황하지 말고 여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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