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대화(1/2)

교권과 인권에 대한 생각

by 랩기표 labkypy


"아빠 학교 가기 싫어"


"왜 무슨 일이야?"


"아니, 내가 15분 정도 아침 자율학습 시간에 지각했는데, 선생님께서 뒤에서 손들고 서 있으라 하고, 반성문도 3장 써오래. 내가 친구들 앞에서...진짜..아오...짜증나...이거 인권침해 아니야?"


당황스러웠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라고 물으며 손목시계를 풀고는 무작정 때리기 시작하는 고등학교 교사가 등장하는 영화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들이 이 장면을 보면 뭐라고 할까. 지각했다고, 자율학습 땡땡이쳤다고, 성적이 떨어졌다고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았던 그때를 떠올리면서, '야, 그래도 싸대기는 너무 한 거 아니야?" 하면서 웃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선생님께 뭐라고 했어?"


"아무 말도 못 했지. 내가 너무 한 거 아닙니까 하면 어떻게 될까. 이 자슥이 미쳤냐하면서 생기부(생활기록부)에 어떻게 적나 두고 보자 하던가 아니면 벌점 주면서 너 정학당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봐란 식으로 협박할걸? 아... 생각만 해도 억울하다. 이거 학생인권조례 다 소용없구먼!"


"이야~ 너 학생인권조례가 뭔지 아니?"


"당연하지! 학교에서는 이런 거 있다고도 잘 알려주지 읺는데,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아빠가 예전에 자유는 쟁취하는 거라며. 무식하면 당한다고도 했잖아. 그래서 난 유식으로 자유를 쟁취하려 준비 중!"


한 편으로 웃겼지만 나름 심각해 보였다. 요즘 교사는 밥 벌어먹고 힘든 직업이라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렸다. 맞고 자란 우리 세대 교사는 버럭만 해도 언어폭력이다 뭐다 해서 스마트폰으로 찍힌 영상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그 시차로 인해 머리가 어지럽고 행동은 움츠러든다고 한다. 그 말이 이제서야 피부로 와 닿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학교 안 갈려고?


"몰라.. 가긴 가야겠지?"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 중에 교육의 의무도 있어. 너 그 교육 다 못 마치면 국민의 권리도 없는데 어떻게 할래?"


"아! 이거 진퇴양난이구만. 껄껄껄."



창조와 혁신이라고 쓰고 명문대 졸업이라고 읽는다.


들었던 책을 잠시 놓아두고 학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교육이념은 홍익인간 이념을 본 따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갖추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널리 이롭다는 것과 민주사회 또한 그 의미가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기술과 사회의 변화보다 그 속도가 느린 것 같다. 미국 교육 현실을 비판하던 어느 영상이 떠올랐다. 1900년대와 2000년대 사이 몰라보게 변한 자동차 모습과 100년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은 교실 풍경을 대조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굳이 그 기억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이 시대의 교육체계 사이에서 적절한 함수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창조와 혁신이라 쓰고 명문대 졸업이라고 읽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보였다.


"아빠, 근데 진짜 학교 안 가면 안 될까? 어차피 요즘 자사고 폐지되었다고 자퇴 쓰고 학원만 다니는 아이들도 많아. 나는 그것도 좋은 것 같은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들, 일단 학교는 무엇일까?"


"글쎄, 그냥 갈데없으니깐 가야 되는 곳. 좋은 대학 가서 돈 잘 벌 수 있는 과정. 뭐 그런 거 아닐까."


"내 생각은 말이야. 맨날 아빠 엄마한테 생떼만 부리다가 처음으로 주변 눈치를 진지하게 봐야 하는 곳이 학교인 것 같아."


"그런 곳이 왜 필요한 거야!"


"우선, 우리 사회는 절대 혼자서 살 수가 없어. 그래서 각자가 나름대로 필요한 역할을 맡아. 어떤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자질과 자격을 갖춰야 하고 또, 주변 사람들과 협치 할 수 있도록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해. 그것을 배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 학교야. 선생님은 그 성장과정을 돕는 사람이지."


"너무 이상적인 거 아니야?"


"그래 맞아. 근데 그 이상적인 거라고 하는 것. 궁극적인 목적을 망각하면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고 그러면 다툼이 시작되는 거야. 네가 벌 받은 걸로 따져보면, 학생은 지각하면 안 된다고 되어있지. 그건 친구와 선생님에 대한 약속이야. 그 약속을 깨면 어떻게 될까. 혼란스럽겠지. 다 같이 생활을 못하는 거야. 그러면 잘못된 행동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 벌을 주는거야. 이건 선생님이 너무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깐 벌칙을 정하는 거지. 10분 이상 지각하면 30분 벌쓰고 반성문 쓰자. 이렇게 학급회의에서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하는 거야. 그러면 앞으로 너처럼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겠지. 이처럼 지각하고 싶은 마음을 주변 사람들 때문에 참아야 하는 곳이야. 참아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규칙을 정하는 곳이지. 분명 이런 비슷한 규칙이 있을 거야. 그렇지?"


아들은 곰곰이 생각을 하는 표정을 짓다가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아"


(2부에서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른의 대화(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