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인권에 대한 생각
"거봐. 그렇게 다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건 아니지. 이번에는 아마 선생님이 너한테 쌓인 게 있는가 보다. 선생님도 신이 아니잖아. 그러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히 선생님도 잘못된 부분은 알고 계실껄? 그럼 쉬는 시간에 이렇게 말해보는 거지. 선생님 저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항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정해진 벌칙대로 하면 어떨까요? 아, 그렇다고 또 늦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원인은 나한테 있네... 몇 번 지적당하긴 했었지... 괜히 부끄럽네."
"모든 일이 이런 식으로 되지는 않을 거야. 어쨌든 진지하게 눈치 봐야 하는 상황이야. 생각을 잘해야 돼. 생각은 손가락 지문처럼 누구나 다르고 그 생각이 만든 습관으로 그 사람을 정의할 수도 있어. 지상이는 다혈질이고 말이 안 통하지만 맨날 지각하는 학생이다처럼. 그런 게 좋지는 않겠지? 너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거야. 그럼 과연 너랑 같이 뭔가를 하고 싶어 할까?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야.
수업시간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쌓은 지식이 좋은 칼이라면 학교 안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는 그 칼로 무엇을 할까라는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야.
아까 말했던 자퇴한 그 친구를 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좋은 성적에 좋은 대학 가면 거기서는 어떻게 지낼까. 학원이나 과외 이런 건 오로지 좋은 성적만 가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수단이 목적이 된다는 것이 문제인 거야.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배움은 배움의 광장에서 다 같이 함께 해야 의미가 있어.
아까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했지? 학교와 선생님들이 우리 사회에 이런 교육을 맡아서 해주시기로 약속한 사람들이야. 아빠는 다른 일을 하면서 이 사회에 또 다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 그리고 아빠의 역할 중에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있어. 아빠를 믿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렴."
교육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일이다.
교권과 인권의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는 것 같다. 이 갈등을 어느 편에서 서서 해결하고자 하면 답도 없이 기름과 물처럼 한데 섞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답은 문제 속에 있다고 하지만, 그 문제라는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학부모가 되어야 하는 한 사람으로서 학교교육에 대한 문제를 좌시할 수는 없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교사와 학생을 갑을관계라고 표현한 기사에서 학생들이 자신을 구속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표현을 인권을 빌려 말하는 것을 보고 그들은 계약관계를 두고 쓰이는 '갑을'이란 단어를 스승과 제자 사이에 끌어 와 쓰면서 과연 학교라는 장소를 이해관계를 따지는 곳으로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또한.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교사들의 푸념을 두고 과연 우리 사회가 스승이란 단어를 어디와 연관 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또한, 학생의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는 학교에서 거대 조직원으로서의 교사와 개인으로서의 교사의 고민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고민은 제대로 공론화될 수 있는 장치는 있을까. 궁금했다.
교육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일이다. 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온 거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어깨는 어떻게 올라탈 수 있는지 새롭게 정의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은 위인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지인에게 그 댁 사정은 어떤가 물었더니 어른과의 대화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이 있어 좋다는 식의 현답이 돌아왔다.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또한 편 가르기에만 열을 올릴 뿐 제대로 된 대화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는 어떻게 교육을 받을지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부모로서 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과 더불어 어른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하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하면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