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AI그림 연재작업을 하고 있어요.
어쨌든 저는 본업이 디자이너고, 아트를 참 좋아하니까요. AI로 만든 이미지를 활용해 나름의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닌 AI그림이라서 정말 수작업으로 모든걸 하는 분들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하지만요.
어쨌든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제가 그려내고 싶었던 이미지를 마치 하청하듯이나마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림이든 글이든 결국은 제 생각과 이미지를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그저 마음껏 하고싶은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고 보는게 맞겠네요.
참고로 이 프로젝트는 대학교 과제에서 시작했습니다. 제 친한 동기이자 작가분이 한 분 계시는데, 그 작가님이 하신 말이 "졸업작품전이 끝나질 않아!"였어요. 졸업작품에서 했던 작업이 본업이 되어버렸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존경하고 또 부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발언 한 마디에 저도 서랍장에 접어둔 제 과거작업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저는 원래 대학 과제로 '발밑의 세계'라는 접사 위주의 사진과제를 했었어요. 세상의 해상도를 높여서 오밀조밀한 세계를 치밀하게 들여다보는게 어찌나 그리 재밌던지...
그리고,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면서 준비했던 포트폴리오 작품도 그런 오밀조밀하고 집요한 작품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하이테크펜을 사용해서 매일매일 12시간-14시간을 각각 2-3주씩 들여 그려낸 그림들인데, 확대해서 보면 온갖 잡동사니와 창문들을 세세하게 다 표현했죠. 솔직히 다시그리라면 자신 없을 정도로 집중해서 그렸었네요.
저는 세상을 일상적으로 보는 시선과 조금 다르게 그려내는게 좋아요. 일상은 다소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조금만 뒤틀어서 보고 싶은 거죠. 판타지, SF 모두 다 그런 관점에서 시작하지 않았겠어요? 카메라 줌만 당겨도 조그만 이끼가 거대한 나무처럼 보이고, 인형이 사람처럼 보이죠. 관점을 바꿔서 일상을 이상으로 만드는 일은 항상 즐거워요.
지금은 나이가 들고,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옛날처럼 세상과 단절하듯 몇 주간 그림에만 몰두할 여력은 없지만, 그래도 머리 속에 있는 이미지들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underfoot_illusions/
종종 그냥 상상력이 한 스푼 필요할 때, 잠깐 눈을 쉬어가고 싶을 때 구경하러 와주시면 참 고마울 것 같아요.
이후에도 파생된 이야기나, 제작기 등을 함께 연재해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