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

by 진하린


나는 자기 사람이라고 무조건 챙겨주고 덮어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내 사람이고 같은 소속이면 더 친근하긴 하겠지만, 과오까지 모두 감싸는 건 아무래도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런데 살다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그저 내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을 하든 감싸고 변호하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봐도 뻔히 잘못한 것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잘못을 했을 때는 따끔하게 비판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 정상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소속이 없는 삶을 살아보다보면 느끼는 게 있다.

그냥 이유 없이 사랑받고 싶은게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


나는 30대 중반의 아저씨다. 운동을 하러 가면 코치들보다 나이가 많고, 동호회에서도 결코 어린 편이 아니다. 아름다운 젊음들 속에서 나는 푹 익어 물렁해진 사과 같다.

누군가가 골라가지 않고 남아버린 진열대 구석의 상품.


회사에서라면 그저 오래 뿌리박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생긴 지위를 갖게 될 텐데, 나는 그런 지위가 싫어서 스스로 걸어 나온 인간이니 불평할 수도 없다.

소속된 곳이 없으니 어딜 가나 순수하게 내 본연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저 날것의 인간 하나로.


그렇게 어딜 가든 나에 대해 포장해 줄 것 하나 없이 차가운 세상의 칼바람을 맞다 보면, 가끔은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지지해 줄 누군가를 바라게 된다.

스스로가 가치 없게 느껴질 때, 사회의 풍파 속에서 휘청일 때.


누가 봐도 내가 잘못했는데, 아무도 나를 감쌀 이유가 없는데, 그저 추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인데, 그런 나조차도 그저 '나와 같은 집단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두둔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그저 투명하게 이기적으로, 이유 불문하고 순수하게 내 편인 사람. 그런 사람을 갖고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같은 군부대, 대학 동문, 같은 지역, 같은 종교 등등.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둥가둥가 하는 거겠지. 없던 애정도 단지 그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생겨나고 말이다.


물론 아직도 나는 소속이 없고, 같은 팀이었던 친구와도 절연했다. 그 친구는 네편, 내편이 아주아주 확실한 사람인지라, 아주아주 깔끔하게 떨어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합리성 따윈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아직도 소속감에 미쳐있는 사람이 여전히 싫다.


하지만 요즘 느껴지는 이 공허감을 생각하면, 역시 어딘가 소속된다는게 마음 한 켠에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가슴으로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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