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기만 하고 눈이 안 와서 화나서 쓰는 글 아니다. 맞다.
눈이 좋다.
누구는 눈을 싫어하고, 누구는 눈을 좋아한다.
군필자는 하늘에서 똥이 내려온다고 표현하지만, 나는 군시절에도 눈을 좋아했던 눈치광이이다. 눈치광이는 눈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족속이라 눈이 내리면 기쁘다. 그냥 똥강아지처럼 마냥 기쁘다.
겨울은 솔직히 뭐가 없다. 봄과 가을은 날씨가 쾌적하고, 여름은 물놀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풀 숲이 우거져서 볼 것이 많다.
그러나 겨울은 을씨년스럽고 나무도 헐벗는다.
그리고 홀로 외로이 사는 사람은 그 추위가 더 크다. 체온을 나눌 대상이 없잖아. 그래서 난 겨울이 뭐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겨울이 싫다.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해서 싫다.
하지만 겨울이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장점이 있다.
그게 눈이다. 눈이야 말로 겨울의 핵심이다. 눈조차 안 내리면 겨울은 가치가 없다. 을씨년 스럽고, 고독하고, 외롭고, 나가기 싫어지니까.
그런데 눈이 오면 밝아진다. 온도가 올라간 것도 아닌데 따스해진다. 눈 최고.
눈은 뽀송하다. 추워서 다들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데, 그 날을 덮어서 무디게 만든다. 눈은 퐁실거리기 때문이다. 퐁실퐁실한 머랭같은 눈. 머랭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놓으니 반사 된 빛 때문에 밤에도 덜 어둡다. 예쁘다.
아무튼 나는 눈이 좋다. 하늘에서 내린 똥이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눈이 똥이면 겨울 자체가 똥이다.
"눈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