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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민한다

결국 내 묘비에는...

by 진하린


나는 고민한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백날 고민만 하고 결국 행하지 않는다. 나는 너무 머리가 좋기 때문이다.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따져본 뒤에 결국 그 고민의 끝이 배드엔딩이라는 것을 깨닫고 접는다. 고민만 하면 현상유지가 되지만, 행동을 하면 +1이 될 지, -1이 될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고민한다.

모든 변수를 차단하고 현상유지를 한다.



물론 답답하다.

현실을 변화시키고 싶다.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렇게 고민해서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 더 나은 방법은 무조건 있다. 내가 지금 가장 나은 방법으로 행하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고민은 고민일 뿐이다. 내가 그 ‘더 나은 방법’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나는 결국 잃지 않는 거야.

물론 얻지도 못하지만 잃지 않는 거야.


그래도 살아가는 게 낫잖아? 실패해서 사라지거나 죽으면 어떡해.



결국 내 묘비에는 적힐 거다.


“고민만 하다가 죽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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