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다.
기뻐서 웃고, 슬퍼서 웃고, 화나서 웃고, 기가 차서 웃는다.
그냥 웃고 만다. 어차피 찡그려봤자, 어차피 정색해봤자, 어차피 한숨쉬어봤자 나아지는 것은 없다. 그저 웃으면 된다. 하하호호 그냥 웃어서 이 망할 사태를 없었던 것처럼 넘겨버리고 싶다.
그냥 허파가 터지도록 웃다가 정말로 허파가 터져서 죽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웃는게 낫다. 어차피 내가 성질낸다고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다.
내가 그를 죽이기를 하겠어? 내가 그를 사회적으로 묻기를 하겠어? 내가 그를 원망한다 한들, 뭔 분노를 표출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냥 웃는다.
웃는게 예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있다. 우습게도 나는 잘 웃는 사람은 아니다. 어떻게 이 귀한 웃음이 잘 웃지 않는 사람에게 깃들었는지는 몰라도 궁합이 좋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더 많이 웃어야한다. 이쁘다는데 안 웃으면 아깝잖아.
허탈함과 분노와 혼란스러움을 그저 웃음 속에 담아 뱉어버린다. 이렇게라도 웃어야지.
나는 찡그리고, 정색하고, 한숨 쉬려 하지 않는다.
잘난 얼굴도 아닌데 굳이 정색하고 살아서 뭐하겠어. 아직 웃는게 익숙하진 않은 나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기분에는 웃어야만 한다. 아니면 정말 얼굴이 찢어지도록 화난 표정을 지을 것 같아. 그래서 더 웃어야겠어. 죽기살기로 웃어야겠어.
그래서 웃고 또 웃어서 허파가 터져버려서 숨이 멎어버리면.
그 때는 더 이상 안 웃어도 되겠지. 이 세상을 인내할 필요가 없겠지. 이 세상을 인내하기 위해 억지로 웃음지으며 꺽꺽거리지 않아도 되겠지. 그저 이 모든 고행이 끝남에 감사하면서 억지스러운 폭소를 관둘 생각이다.
그저 파하하 벌어진 입술의 근육이 풀리어 은은한 미소가 될 때까지 차분하게 침잠하며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때까지 계속 웃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