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주는 맛이여, 안녕!

2022년을 회고하며

by 볕발

밤 10시 30분 아이들이 꽃잠에 들어가는 즈음. 핸드폰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불속에서 핸드폰을 켠다.


포켓몬 빵을 영접하기 위해서다. 물량 부족한 빵을 구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편의점 오픈런이나 대형마트에서 10시간씩 텐트 노숙을 하는 것이다.

직장을 하루 쉬고 감행할 수 있었겠지만, 생각만 해도 에너지가 쭉쭉 빠지는 일이라 그만두었다. 그나마 편의점주와 모종의 거래는 시도해 봤다.

점주한테 돌아오는 말은 "없으면 없다고 손님한테 욕먹고, 하루에 두 개 들여오는데 뒷돈 받는다고 또 욕먹느니 차라리 안 팔고 말겠다"라는 불매선언이었다.


여러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ㅇㅇ컬리였다. 핸드폰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빵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새로고침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장바구니까지 넘어갔고, 결제 진행에서는 '불쑥' 카드 취소가 되었다. 결국 '꽝'이었다. 이쯤 되니 마켓컬리의 입고 알림을 믿지 못하고 판매시간보다 30분 빨리 이불 속에 들어가 대기하기에 이르렀다.


왜 포켓몬 빵에 이토록 절실한 것일까?

포켓몬스터 열풍이 닿았던 시기에 아이들은 발달센터를 다니고 있었다. 치료사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강화제를 찾아 언어노출을 강조했다.

그즈음 아이들은 포켓몬 캐릭터들이 들어가 있는 띠부실을 알았고 포켓몬스터 빵도 먹어보고 싶어 했다. 엄마의 퇴근과 아이의 하원이 겹치는 동네길에서, 한여름 오후 편의점 나들이가 시작되었다.


처음에 "포켓몬스터 빵 있어요?"라는 아이들의 말이 부정확했지만, 혀도 근육인지라 계속 연습하니 발음이 자연스러워졌다. 편의점에 수시로 붙여있는 '포켓몬스터 품절' '포켓몬스터 입고'는 뜻도 알아갔다. 서쪽 하늘에 촛농 같은 햇살이 남아있는 시간, 포켓몬스터 빵은 즐거운 그늘막이었다.


바깥에서도 포켓몬 빵은 사회 신드롬이 되어 갔다. 포털 검색창에 '포켓몬 빵'을 검색하면 수많은 경제지에서 입을 모아 포켓몬빵 마게팅을 찬양했다. 어른들은 유튜브 채널에서 포켓몬 빵 콘텐츠를 제작해 구독수를 높였다. 빵 하나로 나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소소한 사연과 집착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빵만 사면 되는 일인가?

초등학교에서 포켓몬 빵이 입고되는 시간에 무단횡단으로 교통사고가 있었다. 약한 존재들의 열기로 먹고사는 빵의 존재감은 오싹한 불안감을 동반했다.


봄에는 포켓몬빵 만드는 삼립의 부당 노동 개선을 위한 임종린 씨의 단식투쟁이 있었다.

"회장님!! 자식 귀하시죠? 우리 집에선 저도 귀한 자식입니다. 남의 집 귀한 자식들 노동착취 그만하고 정도경영 하세요"라는 팻말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포켓몬이 어린아이들한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기업은 노동자한테 새로운 일터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었다.


이어 삼립이 포켓몬스터 출시를 위해 국내 저작권을 가진 포켓몬코리아와 사용권 계약을 맺었다. 즉 포켓몬빵 판매액의 일정액을 로열티로 지불하는 것이다. 지난 19년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잊어버린 것이다. '노재팬'에 동조했던 나도 '노재팬은 끝났다'로 마무리되는 것인가?


거대한 시스템으로 구조화된 세상에서 나는 포켓몬스터 빵을 내세워 하루 10분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바라는 것뿐인데 시나브로 죄를 짓는 것일까?


마음이 편하지 않던 중, 매대에 놓인 포켓몬스터 두 봉지를 발견했다. 여름부터 끌려다녔던 포케켓몬스터 빵.

'이 정도면 된 거다'.

포켓몬스터 빵을 들고 펄쩍펄쩍 뒤는 아이들을 앞세우며 시원하게 숨을 내쉬었다.

아이들한테 훗날 '빵의 여정'이 환하고 따뜻한 시간만은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날, 빵 봉지를 조심조심 뜯으며 띠부실을 핸드폰 손전등에 비추며 쉼 없이 말하는 아이들을 향해 "내일부터는 다른 놀이할 거야" 했다.


그날 우리가 얻은 띠부실은 '잠만보'였다.

받아쓰기 공책에 한 글자씩 적게 했다. 소리 내어 잠- 만- 보를 읽게했다 . ㅈ발음이 명료하지 않았지만 발음 정정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 입가에 묻은 초코롤을 닦아주며 '포켓몬스터 빵 안녕' 이별을 고했다.

작가의 이전글졸업사진 속 다른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