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자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여기서 말하는 레몬은 상큼하고 비타민C가 한가득한 밝은 노랑의 때깔 좋은 레몬이 아니다. 말라 비틀어지고 딱딱한 갈색 반점이 한가득한 레몬이다. 너무나 시고 쓰기까지 해서 먹지 못하는 인생의 시고 쓴맛을 담은 레몬을 말한다. 그 인생의 쓴맛에 설탕을 넣어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직접 만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레몬은 한두 개가 아니다. 레몬을 받아두면 죽을 것 같은 괴로움의 시간 동안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한다. 결국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레몬을 받아 그대로 절망하며 살 것인가? 레몬으로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인가?
중앙일보 신문에 '백성호의 현문우답'이라는 섹션이 있다. 삶에 대한 흔들림이 있다면 여기에 나오는 기사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중 두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 볼까 한다. 2021년 올해 102세를 맞이한 철학과 교수와의 '행복'에 관한 인터뷰를 봤다. 사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100세를 넘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세기를 산 분들은 오래 산 만큼 행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행복하려면 꼭 필요한 조건이 '만족'이라고 한다. 이 '만족'은 정신적 가치를 모르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한다.
102세가 말하는 행복
사람들은 행복을 찾지만 아무리 행복해지고 싶어도 행복해지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행복해지기 힘든 사람들이 두 부류가 있는데,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부류의 사람과 이기적인 부류의 사람이다. 이들은 절대로 행복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부류는 돈과 권력, 명예욕 같은 소유욕이 강해 '만족'이 쉽게 안 될뿐더러 채우면 채울수록 더욱 허기져한다. 이기주의와 행복은 공존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인 인격의 크기가 곧 행복을 담는 그릇인데 이기주의자는 그 그릇이 작아서 행복도 작다고 한다. 행복은 공동체 의식이고 혼자만을 위한 게 행복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30대 중반이었을 때 인생은 두 단계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30세까지는 교육을 받고, 나머지 30년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 근데 가장 일을 많이 하고 행복한 건 60세부터였다고 한다. 글도 더 잘 쓰게 되고, 사상도 올라가게 되고, 존경도 받게 된다며 인생 사회적 가치의 열매를 맺는 60세부터라고 한다. 50대부터 건강 잘 관리해야 사회적 열매의 결과를 만끽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0세가 넘었는데도 지팡이를 짚지 않는 그는 '건강'이 행복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육체적인 건강이 정신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고 정신이 늙지 않으려면 항상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정신이 늙지 않으면 몸이 정신을 따라온다고 한다. 여기 말하는 공부라는 것은 독서하고, 취미 활동하는 것을 의미하며 취미도 일 가운데 하나로 봤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있고, 건강은 일을 위해서 있다며 같은 나이에 일이나 독서를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가장 건강하다고 한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사는 삶'과 '죽음을 외면하며 사는 삶'
두 번째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좀 더 숙연한 소재다. 2015년 한국으로 귀화한 캐나다 출신의 예수회 신부의 이야기로 '죽음을 생각하면서 사는 삶'과 '죽음을 외면하며 사는 삶'에 관한 행복의 관점이다. 의대를 다녔던 그는 여름 방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체 350구를 해부했다. 시신 해부를 하면서도 죽음은 언제나 남의 것, 나와 상관없는 것이었는데 어느 날 시신들을 둘러 봤다. 젊은 사람,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기, 자살한 사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불현듯 나도 죽는다는 사실이 실감 났고, 비로소 자기 죽음을 직시하게 됐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확진을 당해 병마와 싸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결국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며 코로나 공포의 뿌리다. 그 공포에서 벗어나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고 삶의 지혜로 돌리면 좋겠다고 한다. 지혜로 돌리는 방법으로는 '나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죽음이 나에게는 닥치지 않을 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기 때문에 영원히 살 것처럼 시간을 흘리며 사는 것이다. '나는 죽는다'라는 사실을 깊이 수용하면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 유한한 삶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지?'하는 내면의 소리, '내 마음의 GPS (위성항법 시스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문명은 '나의 죽음'이나 '삶의 지향'에 대해 그다지 생각해 볼 수 없게 만든다. 내 마음의 GPS를 작동시키기보다 해외여행, 고급 브랜드의 외제 차, 더 좋은 컴퓨터와 전자기기, 더 좋은 향수, 더 좋은 옷을 소비하게 한다. SNS에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써서 내보이며 플렉시해야 과시욕이 만족할까. 그걸 통해 삶의 만족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 안쓰러워 보인다. 결국은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의 수행자가 아니라 소비자로만 살게 된다.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내 안의 소리를 들으려면 생활의 조건을 바꾸어야 한다.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 일회성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정기적으로, 지속해서 나를 일깨우는 가르침을 접해야 한다.
신부는 그 가르침의 중심에 '고전'이 있다고 했다. 그가 정의하는 고전이란 불교의 명상법도 될 수 있고, 소크라테스나 데카르트의 철학도 될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도 좋고, 예수와 부처의 가르침도 좋다고 한다.
코로나 19는 '나의 죽음'에 대한 깊은 직시를 할 기회를 주었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이 시점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로 번뇌를 삶의 지혜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솔직하게 살아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사는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희망찬 인생인가.
내 안의 내가 충분하지 않다 느껴지는 시기가 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자꾸 방치시키면 결국은 내가 아프다. 괜찮던 내가 더는 안 괜찮아지는 것이다. 안 괜찮던 나는 더욱 안 괜찮아지는 것이다. 그럴 때 행복이라는 것이 내 삶에서 도망을 간다. 그 도망가려는 행복을 꽉 잡아 행복 레모네이드를 짜내야 한다.
행복 레모네이드 짜내기 6가지 레시피
내 생각대로 정리를 다시 해보면 현대판 행복 레모네이드 6가지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하나, 돈지랄과 지름신 내림을 받지 않도록 온라인 쇼핑을 멀리해야 한다. 나는 핸드폰과 손가락이 제일 무섭다. 나도 모르게 내 손에 쥐어있는 독하고 질긴 놈들이다. 현재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가진 것에, 무사고로 지나가는 하루만으로도 온전히 감사하면서 간장 종지만 한 마음 그릇을 일단 세수 세면대 크기만큼이라도 키우는 것.
둘, 소중한 내 에너지를 쭉쭉 뽑아가는 뱀파이어들과 거리를 두고 나를 함부로 여기는 사람들과의 불필요한 만남을 없애자.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모자라는 판이다. 나를 내려보거나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우리의 모자란 시간과 에너지를 줄 이유가 없다. 과감하게 하이킥을 날리고 말하자, 꺼져!
셋, 요가든 필라테스든 달리기든 내게 딱 맞는 운동 하나를 꼭 찾아야 한다. 시도하고 또 시도해서 찾아내야 한다. 하루 15분 홈트레이닝도 괜찮다. 꽉 붙들고 꾸준히 해야 한다. 우리 저질체력을 사랑스럽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이는 우리 몸뚱어리 하나밖에 없다. 감정이 팔딱대는 날들에, 힘겨운 날들에 차분히 앉아 감정의 찌꺼기들이 마음 저 아래로 침체 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자. 깊은 들숨과 날숨, 숨쉬기 6초만 해도 우린 헐크로 변하지 않는다. 헐크가 안 나오게 다독일 시간을 우리 자신에게 선물하자. 그리고 나를 만나는 시간을 만들자. 하루를 닫으며 좋은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음을 느끼는 10분이라도 우리 자신에게 줘야 한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잘 살아낸 것에 대한 칭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넷, '우리도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그 자취들을 따라가자. 이것이야말로 내가 '척'하며 사는 게 아니라 나 자신 그대로 '찐'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나를 모르면 남들의 판단과 생각이 나를 만든다. 남들의 시선, 남들의 생각을 내 안으로 들이면 나는 남 눈치만 보며 살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어떻게 나를 생각하느냐가 아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내가 어떻게 남들에게 보이느냐는 바꿀 수 없다. 그건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나를 보느냐는 바꿀 수 있다. 이것은 나만의 자유다.
다섯, 비싼 백, 비싼 차, 비싼 물건들을 플렉스 하는 (돈 자랑) 인생을 부러워하지 말고 그 돈을 아껴 투자하거나 내 삶에 발전을 가져올 책들을 플렉스하자. 돈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모든 것을 다 잃을 뻔했을 때 헛짓거리하고 산 지난 시간과 돈이 제일 허무했다. 흘러버린 시간과 돈을 찾아올 수가 없다. 물건은 그냥 소비품이다. 비싼 가방, 비싼 차가 나를 대변해주는 한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마음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텅텅 비었다는 신호다. 경험에 투자하자. 공부에 투자하자. 나 그대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살려면 겪지 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고 접하지 않은 다양한 공부를 하자. 그로 인해 저 밑바닥부터 쌓여오는 행복감과 만족도의 정도는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만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조항이 있다.
여섯, 위 다섯 가지를 직접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지금의 나가 너무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보여줄 게 없고 위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가 가장 시작하기 가장 좋을 때다. 무엇이 필요한지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공부를 즉시 해서 내 실력을 키워내면 괜찮은 '나'가 나오기 시작한다. 내 경험으로도 공부로 시작한 '솔직한 나'를 찾는 여정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의 트렌드와 가까운 미래의 트렌드에 촉을 세워 그에 맞춰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레몬을 받을 때마다 억울하고 속상하다. 포기하고 싶고 좌절한다. 하지만 레몬을 받기 전의 단계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내 인생에 닥쳐온 일들이 나를 위해 일어났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나를 이기게 해주는 요인들은 많다. 원치 않은 레몬을 받았더라도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고 나면 난 아픈 만큼 몇 배, 몇십 배 더 성장하였고 그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레몬을 받을 때마다 내게 쉬어가라는 인생의 숨표임을 안다.
나의 삶과 목적의 방향이 바뀌어서 좁았던 내 시야가 확장되고 아무리 쓰디쓴 레몬을 갖다 준다고 해도 난 시원하고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만들 자신이 있다. 인생이 내 손에 레몬을 쥐여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나의 이야기와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위로, 용기,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레몬을 받으면 이젠 행복을 짜내는 6가지 비법을 이용해 정말 우리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열심히 달려온 우리, '나중에' 말고 '지금'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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