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지혜가 AI를 만나면 일어나는 일
2015년 11월 새벽 3시,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화면엔 5개의 프로그램 창이 떠 있었죠.
CRM 프로그램: 고객 정보 관리
이메일 마케팅 툴: 신상품 소식 발송
메시징 시스템: 주문 상황 및 배송 알림
재고 관리 시스템: 온라인-오프라인 재고 동기화
배송 자동화 툴: 픽업 스케줄 조정
하나하나 수동으로 연결하고, 데이터를 옮기고,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 온라인 자사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해 고객이 어디서 구매하든 직관적이고 편안한 쇼핑 경험을 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이게 맞나? 이렇게까지 복잡해야 하나?"
그런데 AI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은 어떨까요? 단 2개의 AI 통합 시스템으로 모든 게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매장에 알림 → 직원이 포장 → 픽업 자동 예약 → 배송 현황 메시지 발송 → 구매 후 케어 이메일 → 지속적인 교육형 콘텐츠 및 이벤트 공지까지
이젠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가능해졌어요. 기술의 발달로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들을 자동화시키고 ‘시간’을 얻었습니다. 추가로 얻은 시간에 전 진짜 중요한 일, 새 컬렉션 기획이나 브랜드 전략 수립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를 가능하게 만든 건 바로 AI입니다.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대체할 것입니다"
이 말은 현재 AI 기술의 심장이자 두뇌인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며 전 세계 기술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NVIDIA)의 창업자, 젠슨 황(Jensen Huang)이 남긴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경고입니다.
지금 우리는 AI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축의 전환 속 변혁의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넘어, 우리가 돈을 벌고, 성공을 정의하는 방식 자체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입니다.
인류는 세 번의 산업 혁명을 거쳐왔습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시대를 열었고, 20세기 초 전기의 힘으로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2차 산업혁명은 소비의 시대를 꽃피웠습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끈 3차 산업혁명(정보화 혁명)은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이전의 혁명들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전에는 기계가 인간의 육체를, 컴퓨터가 인간의 계산 능력을 보조했다면,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과 창의성의 영역까지 파고들며 '일'의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마흔에 AI는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처음엔 AI가 신기하면서도 두려웠습니다. 챗GPT가 세상을 뒤흔들던 2022년 말, 저 역시 많은 사람들처럼 복잡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어요.
"대화하는 AI라고?"
처음 챗GPT를 써봤을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40대 여성을 위한 주얼리 마케팅 전략을 5가지 제안해 줘"라고 물었더니, 몇 초 만에 깔끔하게 정리된 답변이 나왔어요.
'와... 정보와 지식을 이렇게 쉽고 빠르게 얻는다고?'
Google 검색으로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조각조각 모으던 시간이 무색해졌죠. 마치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똑똑한 비서를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잠이 안 왔습니다.
'헉! 이러다가 내가 하는 일도 안전하지 않겠는데?'
AI가 디자인도 하고, 마케팅 전략도 짜고, 심지어 글도 쓴다면... 경험과 전문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약 20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무가치해지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더라고요. 특히 제 주변의 40-50대 사업가분들도 같은 불안을 토로하셨어요.
"줄리 님, 20대 30대들은 AI를 잘 쓴다던데,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우려고 해도 너무 어려워요. 이미 늦은 거 아닌가요?"
사라지지 않을 변화라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느니 차라리 빠르게 AI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여긴 것을 골라 AI학습을 집중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AI의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 AI 얘도 한계가 있구나!"
챗GPT에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면 매번 조금씩 다른 답을 주더라고요. 심지어 사실이 아닌데도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Hallucination(환각)'이라고 하죠.)
더 중요한 건, AI는 자기 인식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 정보가 맞는지 확신해?'라고 물으면 '네, 확신합니다'라고 답하지만, 알고 보면 틀린 경우가 많았죠. 결국 깨달았습니다.
“AI는 입력되고 학습된 정보와 지식의 '평균값'을 제공하는 거구나.”
결국 모든 사람을 평균의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술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반면, 평균 이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안목과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AI를 사용하면 100점 만점에 60점, 70점 정도는 되는 거죠. 다만, 모두의 평균 점수가 다 올라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여기서 저는 중요한 통찰을 얻었습니다.
"AI는 'How(어떻게)'를 해결해 주니, 인간은 'Why(왜)'와 'What(무엇을)'에 집중하면 되겠네!"
예를 들어볼까요?
AI에게 "주얼리 마케팅 이메일 써줘"라고 하면 그럴듯한 이메일을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끊긴 지점들이 생겨요.
"왜 이 고객이 이 시점에 이 메시지를 받아야 하는가?"
"이 고객의 마음속 깊은 니즈는 무엇인가?"
이 미묘한 연결점들은 20년간 고객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기쁨과 실망을 함께 경험한 제가 알 수 있는 영역이었어요.
AI는 100개의 광고 시안을 10초 만에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안이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담고 있는지, 어떤 문구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고객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지는 먼저 정의하고 판단하지 못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통해, 왜 하고 있는지 그 맥락을 AI가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즉,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