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같은 삶
한국 삶의 체감 속도는 롤러코스터만큼이나 빠르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고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야릿한 중력에 밀린다. 분명 내가 선택한 자유낙하인데 무중량상태로 위로 올라갔다가 빠르게 아래도 떨어지며 싸한 느낌을 받는다. 멀미를 유발하기도 전에 어느새 한국을 떠날 시간이다. 이 패턴은 한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반복이 된다.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잡아놓은 사업 미팅들을 제외하고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다짐을 무너뜨리는 데는 2, 3일이면 족하다. 내 하루 일정은 조식부터 시작해 저녁 늦게까지 술자리로 꽉 찬다. 그리운 지인들과 연이은 만남, 맛집 탐방, 가족들과 짧은 여행, 친구들과의 과열된 수다를 하다 보면 벌써 출국해야 할 시간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앉아서야 숨 고르기를 하며 생각한다.' 4주가 이렇게 빨리 지나갔다고? 분명 한 건 많은 것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네.'
핀란드 집에 돌아와서야 난 다시 평화로움을 찾는다. 짜릿하고 스릴있는 이 한국의 매력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롤러코스터에서 내려 집에 돌아오면 살짝 공포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한국에서 뭘 하고 온 거지?' 이번엔 분명 가족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내기로 나 스스로가 약속해놓고 지키지 못한 약속에 죄책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또 같은 실수를 했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분명 한 번 롤러코스터를 타면 내리겠다고 다짐에 다짐하고 갔는데 그러지 않고 또다시 무한 반복을 했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 조절을 못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자신이 무서운지 한국이 무서운지 모르겠다. '잠시 멈춤' 상태를 놓치지 말고 내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갔다 온 것이 2018년 11월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하기 전부터 내 삶은 한국에서 느끼는 롤러코스터를 오랫동안 타게 된 것이다. 내가 살아본 10개국을 전부 통틀어 가장 안정적이고 고요한 삶을 살 수 있는 이곳 핀란드에서 이런 극심한 고통을 겪을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2019년 한해는 내 인생을 통틀어 지독하리만큼 아프고 힘겨운 암흑의 시기였다. 인생의 쓴맛 매운맛 짠맛을 죄다 모아다 한해에 다 몰아서 준 것 같았다. 살짝 단맛을 느낄 만하면 더 배운 맛으로 내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매운 것을 전혀 못 먹는 내겐 그 시간들이 고문 그 자체였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언제 멈출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꺼번에 일이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다. 7개월 동안은 해결 방법을 강구하고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잘 견디어 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보다 더 잘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발발 후 2020년 초부터 모든 일이 정리되었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대책 없이 무너졌다. 그저 삶이 나를 휩쓸어가는 대로 휩쓸려가기 시작했다. 난 내가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일어설 기력도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한동안 다 죽어가는 상태로 희미하게 눈만 뻐끔거리던 나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무한 반복되는 롤러코스터안에서 언제 내릴 것인지 멈출 시점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내리지 않으면 롤러코스터안에서 아주 오랫동안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아차렸고 못 내렸을 때의 그 비참한 삶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렇게 살기에는 내가 너무 불쌍했다.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쳐대는 발버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누구도 내 롤러코스터를 대신 세워줄 수가 없다는 걸 알았다. 롤러코스터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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