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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히읗 Feb 22. 2024

플롯과 스토리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14화>

상황글제는 '플롯'이 있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만들어진 문제이다. 어찌 보면 상황글제는 하나의 '스토리'이며, 그 '스토리'를 본 학생들은 진중하게 자신의 글을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플롯'이 있는 글을 쓰게 된다.


여기까지 보고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다면, 아래의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스토리가 무엇인지, 플롯이 무엇인지,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래의 글을 자세히 읽어보자. 


글을 읽을 때 확실하게 뜻을 모르는 단어를 보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글을 읽는데 능숙한 사람들은  단어의 뜻을 모르더라도 문맥 상 흐름으로 글 전체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다. 하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글을 읽을 때도, 쓸 때도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 가장 후회했던 것은 고등학교 시절 '사전' 읽는 것을 멈췄던 것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서 그 단어의 뜻을 확실하게 익혔었는데, 머리가 커갈수록 시간이 아깝고 귀찮다는 이유로(혹은 단어를 정확히 몰라도 교과서를 읽거나 시험을 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이유로) 사전을 멀리하게 되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단어들은 중학교 이후로 성장하기를 멈춰버렸고, 나는 글을 쓸 때 자유자재로 단어를 쓰지 못하여 풍부한 묘사와 표현을 못하게 되었다.


나는 수업시간에 나오는 각종 개념과 지식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시사상식이나 교양에 있어서도 나는  모르는 단어를 정확히 알아볼 생각을 못하고 두루뭉술 넘어갔다. 


그 결과, 대학원 수업에서 '이데올로기'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몰라서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언제나 내 학생들에게 나의 부끄러운 치부를 미리 보여준다. 학생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서도 있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부끄러운 면(실수나 과오)을 보고 배우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오늘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중요한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넘어가야겠다.

스토리: 일정한 줄거리를 담고 있는 말이나 글. 

플롯: 문학 작품에서 형상화를 위한 여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배열하거나 서술하는 일.

인과관계에 기인한 사건의 이야기 구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소설 작품에서의 '사건의 틀'로, 사건이 짜여서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일컫는다. 스토리는 이야기 줄거리 자체로서 사건의 전개만을 의미하지만, 플롯은 사건이 전개되거나 반전되는 양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한 줄거리는 아니며 오히려 인과관계의 완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플롯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다섯 단계를 지니며, 현대 소설에 오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분류법은 실제로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 [네이버 어학사전] 및 [네이버 지식백과] 플롯 [plot] (Basic 고교생을 위한 문학 용어사전, 2006. 11. 5., 구인환) 부분 발췌

문예창작과에서 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다루는 모든 학과(극작과, 연출과, 시나리오학과, 영화과, 애니메이션학과 등)에서 교수님들이 꼭 하고 넘어가는 수업이 바로 '플롯'과 '스토리'를 구분하는 수업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 이런 내용으로 플롯과 스토리를 구별하는 법을 배웠다.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쓰러졌다가 왕자님의 키스로 살아난 이야기'가 스토리라면, 


'계모였던 나쁜 왕비가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시기하여 왕궁에서 쫓아내서 죽이려고 하였다. 백설공주는 숲에서 만난 일곱 난쟁이들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백설공주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왕비는 변장을 하고 백설공주에게 가서 독사과를 주었고, 공주는 독사과를 먹고 쓰러지게 된다. 일곱 난쟁이는 슬퍼하며 백설공주를 유리관에 넣어 두었고, 지나가던 왕자가 공주의 미모에 반해 키스를 하게 되어 공주가 살아나게 되었다.' 

이게 플롯이다.


왜 왕비가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먹였는지, 독사과가 전달되는 과정은 어떻게 되었는지, 왕자가 공주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필요한 구성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 바로 플롯이다.


우리 때는 '확실한 플롯'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정석이었다. 작가에게는 결말까지 완벽하게 구성된 플롯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지금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전 글에서 상황글제가 예전에 비해 늘어난 두 가지 이유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지나갔었다.


1. 문학적 상상력을 보기 위하여

2.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내가 먼저 '스토리'와 '플롯'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바로 2번 때문이다.


언제부터였을까. 학생들이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막장 인생을 살던 주인공이 회귀를 하는 이야기를 쓸래요!'

'주인공이 죽기 전에 읽었던 소설 인물에 빙의되는 이야기를 쓸래요!'

'내 뒤통수를 치고 배신한 친구를 골탕 먹이는 사이다 같은 이야기를 쓸래요!'


클리셰를 따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클리셰는 어느 정도 보장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인물이나 소재를 새로 넣어서 소설을 쓴다면 오히려 좋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어디까지나 표절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말이다).


쓰고 싶은 스토리나 소재가 있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얕은 스토리'만 있다는 것이 문제다.


언젠가부터 학생들이 글을 쓸 때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인물들의 행동에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비슷한 사건만 나열하기 시작했다. 내 학생들만 그런 것인가 했더니, 전반적으로 다른 창작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들려왔다. 


유튜브나 쇼츠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들을 짧게 스토리만 요약해서 보는데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긴 글이나 이야기를 깊게 읽어보질 않아서 그런 걸까?

요즘 애들이라 그런 걸까? 스마트폰 세대라서?


수업을 하는 사람들이 여럿 모이면 이런 이야기들을 하긴 하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진 않는다. 확실한 연구나 결과가 없다 보니 그저 두리뭉실한 대화만 하다가 끝난다. 


상황글제들은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 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장르소설에 특화된 몇몇 공모전에서도 '인물'이나 '사건'이 제시된 '상황'을 공모전의 주제로 내기도 한다. 

상황글제에 맞춰 글을 쓰게 되면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고민하게 되고,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상황 글제 자체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시험 문제로 '스토리'가 제시되었으니 답안지로 내야 하는 것은 '스토리'보다 더 고민하고 자세하게 풀어써야 하는 '플롯' 이상의 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것으로는 부족한지 장르문학에 특화된 출판사에서 열리는 한 공모전에서는 '결말까지 나오는 확실한 구성'을 요구하기도 하고, 소재에 맞는 너무 '클리셰적인 이야기'의 예시를 정확히 제시하며 이런 이야기는 뽑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결국 '약간의 소재'와 '스토리'에서 시작된, '완벽한 구성'의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이런 것이 대학이나 글로 수익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공모전에서 원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내가 어릴 때와는 달리 요즘엔 스토리에 관한 작법서들이 많이 나왔다. 제목에는 '스토리'라고 하고 있지만 결국 모든 작법서들이 '구성'과 '구체적인 인물', '사건의 인과관계'를 포함하는 '플롯'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스토리'를 가꾸는 것도 좋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플롯'에 집중하길 바란다. 그리고 대학 합격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공모전을 통해 자신의 글이 책이나 영화로 나오길 바란다면 '상황글제'를 열심히 써보며 '플롯'을 익혀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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