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게 어? 엄마?
주말의 복도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긴 복도 끝,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
그 고요함을 깨는 몇 마디가 들려왔다.
“엄마, 내 말 들리나? 어? 들리면 고개 끄덕해 봐라.
밥 마이 묵고 있어라, 내 올 때까지 어?
또 올게. 어? 엄마.”
신경과 병동.
주말의 복도는 텅 비었지만,
병실 안은 복작복작 살아 있었다.
평일에 오지 못했던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조용한 복도에 울린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빠의 병실이 그림처럼 떠올랐다.
나는 주말마다 아빠 병원에 갔다.
초밥이나, 아빠가 먹고 싶어 하던 것들로 가방을 채워서.
주말은, 아빠에게는 ‘특식’이 있는 날이니까!
엄마는 매일 아빠 병원에 갔다.
김해에서 경전철을 타고 부산으로,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며.
양손에는 밥, 국, 반찬거리들을 이고 지고.
그 모습을 본 뒤부터는 내가 차로 데려다 드렸다.
직접 태우면 30분이면 되는 거리였으니까.
그걸 알고 나선,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내가 늦으면,
엄마는 경전철역 근처에 먼저 내려 기다리곤 했다.
도착하면 태워서 집으로 데려왔다. 그 핑계로 저녁을 얻어먹고
혼자 있는 엄마를 위로하며 늦게 돌아오곤 했다.
“아빠, 또 올게.”
그리고 아빠는 말했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한 번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준 적 없던 아빠가
처음으로 온전히 나에게 내어준 말이었다.
그 후,
섬망 증세로 엄마에게 막말을 하던 아빠를 보고
나는 화가 나서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게… 내 마지막이었다.
오늘 복도에서 들은 그 말,
“또 올게.”
그 말 한마디가
그때의 나를,
그 순간을,
그대로 데려왔다.
이렇게 또 아빠를,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고마워, 아빠.
내가 아빠를 기억하고
글을 쓰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은 일요일이다.
어쩌면… 또 한 번,
아빠를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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