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진 대영제국의 자존심
코로나 시국 영국 탈출기 1, 무너진 대영제국의 자존심
런던에 살고 있는 나는 1월달에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했을 때뿐 아니라 한국에서 신천지 사태이후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였을 때만 하여도 강건너 불구경의 사건이었다. 왜냐하겸 당시 2월말 까지만 해도 영국내의 전체 감염자 수는 23명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영국정부에서도 그들 특유의 여유있는 대처 자세인 “Keep Calm & Carry On” 운운하면서 손만 잘 씻으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햐였다. 이미 중국과 한국에서는 상황도 심각하였고 총력적으로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하는데, 영국은 너무 안일한 대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영국은 유럽에서도 이태리, 스페인 등 심각한 코로나 감염국에 비하면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학교를 휴교할 필요도 없고 마스크를 끼고 다닐 필요도 없다고 공공연히 방송되고 있었다. 그러다 3월 18일경에 하루 확진자만 해도 600명이 넘고 전체 확진자도 2,000명이 넘어서자 갑자기 발등에 불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학교도 휴교하고, 펍과 레스토랑도 문을 닫게 했으며 모든 스포츠도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코로나 대확산을 막는 골든타임을 놓친 때였다. 영국에서는 보통 때도 병원에 가려면 자신이 등록된 GP(가정의)에 예약해서 진찰받는데, 진찰받아도 별다른 처방이 없고 그냥 일주일 푹 쉬면 낳는다는 처방만 준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코로나 유증상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려해도 절대 받아주지 않고 일주일 정도 의무적으로 집에서 자가격리하면서 기다리고 그 이후에도 증세가 심해진다면 그때 NHS에 신고해서 검사받게 했다. 그러다 보니 초기 의심 환자들이 검사도 못 받은 상태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확산시켜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보균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한국의 확진자보다 많은 1만명을 넘어가고 하루 확진자도 1,400명을 넘어가기 시작한 3월 25일경부터는 특별한 용무가 없는 모든 사람들을 아에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봉쇄정책을 폈으나 이미 때는 늦은 때였다.
매일 영국의 코로나 감염자 숫자를 지켜보던 나는 이제 영국이 통제불가의 상태에 도달했구나 하는 판단을 내리고 급하게 비싼 돈을 주고 한국행 귀국 비행기표를 예매하게 되었다. 이 시점에 영국은 찰스 왕세자, 보리스 존슨 총리, 보건복지부 장, 차관 등 코로나 방역의 콘트롤 타워에 해당하는 사람들 자체가 코로나에 감염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백년전에 무너진 껍질만 남은 대영제국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