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김 Dec 18. 2022

때로는 정치도 필요하다.

의사결정 뒤에는 사람이 있다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그 이름이 너무 근사한 나머지, 그럴듯한 데이터만 있으면 바로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만들 것 같은 착각을 만든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결정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어려우니까.


일단, 정성 데이터든 정량 데이터든,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정말 어렵다. '이 버튼이 잘 이해가 안돼요.' 라는 말 한마디가 100가지 해석을 낳는다. 전환율이 떨어졌다는 사실 하나가 10가지 가설을 낳는다. 직업으로 하루종일 그것만 들여다보는 UX리서처와 데이터분석가에게도 매일매일 새로운 일인데 하물며 그게 업이 아닌 사람들은 어떠하겠는가?


모든 팀원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좋아하고,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이(데이터 어쩌구 들어가는 문화가) 멋지게 들린다는 사실 외에는 별로 아는 것이 없을 때도 많다.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거나 (특히 큰 숫자만이 데이터다 라던가, 수집되지 않는 다크데이터를 무시하거나, 큰 데이터는 무결점이라고 믿거나), 자신의 역할과 관심사를 통해서만 해석한다. 데이터를 다루는 것이 어색해서 지표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모르거나, 지표나 데이터의 결점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답을 정해놓고 숫자를 바라보는 경우다.



결정은 사람이 하니까.


'데이터가 이러하니 앞으로 우리의 방향은 이렇습니다!, 지금까지 하던 일은 이러이러해서 전면 수정해야합니다.' 라는 외친다고 CEO가 핵심성과지표(KPI)를 바꾸지 않고, 개발자가 코드를 엎거나, 디자이너가 순순히 자신의 작업파일을 지우지 않는다. 그게 숫자든, 아니면 VoC든 똑같다. 기껏 열심히 생각해놓고 일하고 있는데 누가 데이터니 뭐니 들고와서 자신의 의사결정을 바꾸라고 들이밀면 거부감부터 드는게 인간의 마음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리고 처음 배울 때는, 분석과 리서치만 열심히 해오면 모두가 박수를 치며 그 결과를 쏙 하고 받아들일 줄 알았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데이터 중심적이라서 ~ 고객 중심적이라서~ 다들 저희 결과를 보고 제품에 바로 반영해요 ~' 같은 아티클도 여럿 보았다. 일은 그렇게 돌아가서는 안된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설득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오냐오냐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좋지 않다. 비판적인 태도로 데이터를 쳐다보지 않으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데이터를 잘 쓸 수 있도록 정치도 좀 해보자.


그러니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엔 정치가 필요하다. 내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치(治)다.물(水), 건축물(台 )의 합. 그러니까 물이 넘치지 않게 서로의 부조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러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치는 누군가를 험담하거나 패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정보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다.


이해관계자에 대해 이해하고, 그 사람들이 내 분석 보고서, 리서치 결과를 듣기 위해 회의실에 앉은 이유와 그들이 처한 조건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테스크가 얼마나 바쁜지, 그들이 성과라고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 안건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거나 낮은지, 등등. 그들의 머릿속에 '내가 이 안건에 참여한다면,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지?' 라는 질문이 떠오를 것이고, 반드시 이 부분을 고려해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재밌는 리서치했으니까 보러오세요." 가 되어서는 안된다.


리서처는 문제를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사람일 뿐 아니라, 아이디어(~~이렇게 이렇게 하세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이해관계자에게 아이디어를 어필하거나 대안을 '설득' 하는데 힘을 쏟기도 한다. 내 생각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설득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설득당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 되자' 는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적 마인드다. (어떻게든 내 아이디어를 통과시키고 말겠다는..) 


최고의 설득법은 공감이고, 사람들에게 해답을 알려주려고 하지말고, 스스로 질문을 찾도록 돕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이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대신에  "우리의 상품은 이러하고, 핵심 고객은 세그먼트 세 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 모두에게 똑같은 마케팅 메시지, 똑같은 제품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들은 스스로 질문을 찾기 시작한다. "왜 우리가 세그먼트를 나눈다는 생각을 못했죠?" "마케팅 메시지를 나눠보지 않은 의사결정을 어떻게, 누가 했죠?" "지금 우리가 저 결정으로 인해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죠?" "지금이라도 고객 세그멘트를 나눠서 케어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며, 실제로 테스크를 만들려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데이터를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방향성을 제안하고 당장 팀을 그 곳으로 이끌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움직이리면, 내가 알게 된 사실을 털어놓고, 내가 알고 있는 데이터로 이들의 논의를 돕고, 그들이 스스로 다음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한다.


데이터를 다루는 (정성이든 정량이든) 직군들이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잘 해냈다면, 그 다음에는 이를 활용할 사람들을 하나의 테이블에 모아 다음 행동을 이끌어내는 논의를 도와주면 된다. 그러기만 한다면 각 분야의 전문가는 우리의 의견을 토대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UX리서처’ 말고 ‘리서치 팀’으로 일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