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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도리주인장 Feb 02. 2024

따뜻한 날씨가 간만에 찾아올 때 생각나는 겨울 시금치

섬초를 아시나요?  

추위가 계속되다가 오래간만에 영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정확하게는 밭이 떠오르는데, 남부 지방에 햇볕이 잘 드는 섬초 시금치 밭이 생각난다.


섬초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을 가져오자면,

전남 신안 지역에서 품종개량된 시금치를 부르는 말이며 10월 말 ~ 3월까지 겨울이 제철이다. 해풍을 맞고 자란 섬초는 겨우내 따듯한 남쪽에서 서리도 덜 맞고 자라 일반 시금치에 비해 잎은 짧고 뿌리는 짙은 보라색으로 잎이 두꺼워 식감이 좋으며 단맛이 월등한 것이 특징이다. 농민들의 말에 의하면 1월 말의 시금치가 가장 달다고 한다.(참고 자료 : 네이버 지식백과 섬초)


나는 겨울이 되면 할머니가 남해에서 키우신 시금치를 받아 아무 생각 없이 먹었었는데, 서울로 오면서 섬초라는 것이 생각보다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섬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길쭉한 시금치와 달리 땅바닥에 딱 달라붙어 자라서 납작하다. 특히 따로 양념을 하지 않아도 그냥 섬초만으로 달짝지근해서 그냥 나물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기만 해도 그 자체로 채소에서 나오는 풍미가 맛있다.

집 주변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섬초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한 봉지를 샀다. 무슨 요리를 해본담? 따뜻해진 날씨에 더욱 여름이 그리워, 더운 태국에서 먹었던 팟-카파오-무쌉이 생각났다. 마침 전에 백종원 선생님이 시금치로 태국 시금치 덮밥을 알려주셨던 것이 기억났다! 오호! 오늘은 이걸로 정했다.


“오늘의 제철 음식 : 태국식 시금치 덮밥”


팟카파오무쌉은 '다진 돼지고기와 바질 볶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태국 음식점에 가면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음식이다. 더운 여름에 입맛 잃지 말라고 피시소스를 넣어 약간은 꼬릿 시큼하면서 간이 짭조름한 것이 매운맛, 짠맛, 단맛, 신맛이 섞여있는 돼지고기볶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대중적으로 입맛에 잘 맞다. 그러다 보니 그 더위 속에서 먹었던 팟카파오무쌉이 그리웠다.

백종원 유튜브를 보면서 계란후라이 2개를 얼른 올려 한국식이지만 태국 시금치 덮밥을 만들었다. 여기엔 여름 술이 제격이다. 제대로 여름 분위기를 내보자.

싱하(Singha) 맥주로 여름 분위기를 더했다. 싱하 맥주는 태국의 라거 맥주인데, 전형적으로 동남아 맥주의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대체로 더운 지방으로 갈수록 마셨을 때 청량함이 살아있는 맥주가 많은데, 필리핀의 '산미구엘 라이트'와 더불어 '싱하'도 향이 강하고 짠 동남아 음식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음식의 짠 기를 맥주가 한 번 씻어 내주면서도, 얼음을 넣는 동남아 맥주의 특성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름을 기다린다. 그래도 이 겨울을 잘 즐겨보고 싶다. 어느 날은 겨울에만 나오는 식재료로 요리를 해먹으면서, 어느 날에는 여름에 즐겨 마시던 청량한 맥주를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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