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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 #1

by 건작가

타로 상담을 하면서 더 깊이, 사람들이 가진 고민과 걱정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사랑에 대해,

누군가는 미래에 대해,

누군가는 자신에 대해 질문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들 대부분이 타로가 제시한 방향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내 고민이 특별한 것이 아니듯, 타인의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우리는 모두 비슷한 질문들을 품고 살아간다.




1) 타로 상담가의 이야기


내가 타로를 처음 접한 건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대학생 때 작은 부스에서 장난처럼 봐준 타로, 급하게 익혀서 봐준 것치곤 반응이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타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한 손님이 내게 물었다.

사장님은 타로 볼 때마다 힘들지 않아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럼요, 생각보다 힘들죠. 그래도 고민 들어주는 거 재미있어요.”




2) 고민 있는 사람들


타로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언제쯤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전 애인과 재회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나를 찾는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원한다.


연애 고민은 언제나 끝이 없다.


고민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내가 무슨 말을 하던

결국, 선택하는 것은 본인이다.


그저 나는,

그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해줄 뿐이다.


2-1) 언제 헤어질 수 있을까요?


“그와 언제 헤어질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여경이라고 소개한 손님이었다. 그녀는 “제가 언제 헤어질 수 있을까요?”라고 다시 물었다.


생전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나를 놀리는 건가 싶어 다시 한번 되물었다.


“네? 진짜 이 질문으로 보시는 거 맞나요?”

“네, 맞아요. 언제 헤어질 수 있을지 봐주세요.”


평소라면 장난인 걸로 여기고 넘어갔겠지만 어쩐지 장난이 아니라 진지한 질문 같았다.

그래서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하게 타로를 펼쳤다.


신중하게 카드를 뽑는 그녀를 보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뽑힌 카드 결과는 참 재미있었다.


“헤어지는 것보단 오히려 잘 만나다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는 카드를 한참 보곤 그녀에게 말했다.


약간 다투긴 하겠지만 둘 사이의 애정이 더 깊어질 것처럼 보였다. 헤어질 것 같은 느낌보단 작은 어려움만 넘기면 오히려 애틋하고 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한참 카드를 보더니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결혼해야겠네!”


너무 궁금하지 않은가?

대체 어떤 사연이길래 헤어질지 물어본 사람이 결혼할 것 같다고 말하니 저리 기뻐할까?


나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어봤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실 저는 이제 결혼할 생각인데, 남자친구는 생각이 없어 보여서요.”


그녀는 연애를 오래 했고,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남자친구였다. 비혼주의라는 남자친구, 결혼 이야기만 꺼내면 그는 늘 회피했다고 했다. 그를 사랑하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관계를 이어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고 한다.


“타로 결과는 좋게 나왔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남자친구와 솔직하게 결혼을 이야기해 보는 게 어때요?”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해주고 그녀를 보냈다.


그녀는 카드를 한번 바라보곤 사람들과 이야기하러 갔다.


그 일이 있은 지 몇 년이 지났다.

다행히 남자친구와는 잘 만나는 듯해 보였고, 작년에 우연히 그녀의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 속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맞잡은 남자가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와, 결혼 진짜 부럽다.’




2-2) 타로에 운명을 맡긴 남자


다양한 손님들을 만났지만, 이 동생만큼 특이한 경험을 가진 손님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친구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열정적이고 다재다능한 친구였다. 무엇보다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라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자기만의 세계가 너무 확고하다는 것.


그리고 그 세계에는 내 타로가 너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몇 달 동안 게스트로 생활하던 동생에게 몇 번이고 스태프로 일하면서 돈이라도 아끼라고 제안을 했지만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면서 매번 제안을 거절했다.


‘어차피 우리랑 놀 거면서’

동생이 갑자기 고민 상담을 하겠다며 타로를 봐달라며 왔다.


“형, 타로 좀 봐주세요!”


갑작스러운 요청에 궁금한 게 뭐냐고 되물었더니,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곤 일단 타로 좀 봐달라고 졸랐다.


솔직히 그날은 피곤하고 귀찮았다.


하지만 그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자니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결국, 카드를 펼쳤다.


“그래, 궁금한 게 뭔데?”

“최근에 연락하게 된 여자애가 있는데,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갑자기 도파민이 빵빵 터졌다.

일밖에 모르고 여자는 관심도 없던 동생이 연애라니?

너무나 궁금하지 않나?


신나서 카드를 몇 장 뽑아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녀석, 눈을 감고 진지하게 카드를 뽑더니 갑자기 내게 말한다.


“형, 나 눈감고 카드를 뽑을 때 타로에서 빛이 나는 게 느껴져요.”


와! 이 녀석은 진짜다!

몰입력이 정말 대단했다.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속으로 ‘제발 좋은 카드 나와라.’하고 응원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 카드가 괜찮아 보였다.

“카드 괜찮네.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뭔가 찝찝했다.

찝찝해서 추가로 카드를 뽑아보라고 했다.


“얼른 여자와 남자 각각 생각하면서 2장씩 더 뽑아봐.”


다시 눈을 감고 신중하게 뽑은 4장의 카드.


카드를 보자마자 이상했다.

남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여자의 카드는 좀 이상했다.


“이분 되게 예민하고, 감정이 왔다 갔다 갈피를 못 잡고 불안한 느낌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생은 대학생 때부터 우울증이 있던 그녀의 고민을 들어주고 항상 응원해 주던 사이였다고 했다.


그러다 그녀가 해외로 이민 가면서 연락이 끊겼고, 최근에 다시 연락이 닿아 이어 가는 중이라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알았다.


“하, 이거 뭔가 불안한데?”


내 말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내 타로를 맹신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잘 될 거라는 결과까지만 듣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비행기 표를 끊어버렸다.


나는 뜯어말렸다.

“야, 이거 좀 이상한데? 그냥 천천히 연락하면서 분위기 좀 봐.”


하지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형, 타로에서 잘 나온 거면 그거면 됐어요.”


결국, 동생은 그 여자가 있는 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타로처럼 여자와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생은 얼마 못 만나고 여자친구와 대판 싸워 돌아왔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형 말 좀 끝까지 들을걸.”


나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어휴… 그러게. 말 좀 듣지.”


그 친구와는 아직도 술안주로 그 여자 이야기를 한다.


한번 생각해 보라.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갱에서 약을 유통하다가 경찰을 준비한다던 친구한테 배신당해 칼을 맞고, 울면서 전화하는 전 여자친구. 이런 영화보다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면 믿겠는가?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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