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화초 Jul 02. 2019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어느 날 회사에 요트가 취미인 이상한 친구가 들어왔다. 요트라 하면 성공의 상징,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바다라는 곳에서 진정한 여유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호화스러운 취미로 여겨왔던 나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요트는 가격이 얼마이며,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주로 어디서 타는 것인지, 한 번 타기 위해서 경비는 얼마인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내가 던진 속물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 대신 굉장히 흥미로운 요트 타는 방법과 처음 들어보는 노고존(No go zone)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누구나 노고존(No go zone)과 마주하게 된다


요트는 광활한 바다 위에서 오직 바람만을 활용하여 목적지로 가는 해양 스포츠다. 요트가 역풍을 정면으로 뚫고 전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뱃머리를 기준으로 좌우 45도 안쪽 방향으로는 배가 진행할 수 없는데 이를 '노고존(No go zone)'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트를 타는 사람들은 노고존을 피해 목적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키를 잡고 지그재그 형태로 움직이며 전진한다. 요트를 탄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노고존의 존재를 모른 채 무작정 힘만 빼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을 하다가 역풍을 맞고 이를 해결하고자 이런 방법으로도 해보고 저런 방법으로 해봐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결국 멘탈은 털리고 만다. 결국은 늪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게 된다. '노고존'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결국 좌절하는 순간부터 본인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자책하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을 주어진 시간내에 해내기 위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다행이지만 수렁에 빠졌을 때는 참 난감하다.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 미련을 갖고 끝까지 매달려보지만 안되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안된다. 

직장에서 유능한 사람들은 이와 달리 '노고존'을 빠르게 인지하고 쥐고있던 키를 과감하게 돌려 버린다. 잠시 생각과 환경을 리프레시 하기 위해 직장동료들과 다른 주제로 수다를 떨거나 본인만의 휴식시간을 가진다. 주위에서 저 사람 일하는 시간에 농떙이 부린다고 생각하며 분명 후회할 거라고 우려와 지탄을 받는다. 또는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주변에서는 사서 고생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유능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주변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직관을 믿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끝까지 나아간다. 그렇게 하다보면 보이지 않던 해결의 실마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나게 된는 것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은 근면성실하게 역풍을 정통으로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아닌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며 도전하고 실패하면 빠르게 포기하고 또 다른 도전을 하며 계속 가속도를 붙이는 순간을 끊임없이 만드는 사람이다.



노고존(No go zone)에 대처하는 자세


첫째, 분노나 좌절 대신 평온하고 신중하게 '노고존'을 빨리 인지해야 한다. 시간과 체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때에 따라 계속 도전하는 끈기도 필요하지만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둘째, '노고존'이라고 함부로 착각해선 안된다. 현실도피성으로 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노고존'이라고 착각해선 안된다. 과연 게을러서 앞으로 못 나가는 것인지 진짜 '노고존'이라서 못 나가는 것인지 자신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게으름에 관대해선 안된다.


셋째,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그럴 수 없다면 성공에 대해 맹목적인 추종을 하면 안 된다. 큰 성공일수록 더 많은 책임을 동반한다.


넷째, 지지자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눈 앞에 보이는 목표를 뒤로 한 채 전혀 생뚱맞은 방향으로 키를 돌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늘 두려움과 불안함이 뒤따른다. 처음 키를 돌렸을 때 심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노고존'을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갈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노고존'을 인지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면 무조건 순풍을 달아 앞으로 쭉쭉 나아갈 수 있는 꽃길일까? 그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꽃길이 될지 혹은 가시밭길이 될지는 겪어봐야 한다. 또 다른 '노고존'이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나타날 수도 있다. 어쩌면 눈 앞에 보이는 '노고존'을 피하려다 바다라는 망망대해에서 완전히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세상에 내세울 수 있는 독보적인 혹은 독창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런 것이 없다면 오히려 '뚝심', '성실', '열심' 이라는 무기로 지금 자리를 버티며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라는 말은 너무나 달콤할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그러니깐 다른 방법으로 해봐" 라는 숨은 말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무작정 포기하란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역풍을 정통으로 맞으며 '노고존' 에서 애쓰고 있지는 않는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