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토마토 감자탕 먹으러 가자”
대략 3년 전의 일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점심 메뉴를 토마토 감자탕으로 정했다. 처음엔 듣기만 해도 괴랄한 이 음식 이름을 듣고 의구심으로 가득 찼었다. 이후 가게에 들어가 생각보다 괜찮은 비주얼을 보고 호기심으로 서서히 변했고 한 숟갈 먹고 나선 환희를 느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느꼈던 그라데이션 같은 감정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후 나도 똑같이 몇몇 지인들을 데리고 갔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의구심→호기심→환희의 감정을 나와 똑같이 느꼈고 나는 그 옆 자리에서 묘한 희열을 느꼈다.
그러나 이젠 그 맛을 느낄 수 없다. 토마토 감자탕을 유일하게 팔던 가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갈 때마다 사람이 붐벼 망할 것 같지 않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자영업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이와 비슷한 음식을 하는 가게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후 항상 똑같은 음식들에 질려 입맛을 잃어갈 때쯤 문득 토마토 감자탕이 떠올랐다. 근처 비슷한 가게가 있는지 검색해봤지만 아쉽게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이후 우연히 메뉴판에 토마토 감자탕과 비슷한 토마토 샤브샤브 혹은 토마토짬뽕 등과 같은 토마토ㅇㅇㅇ들 메뉴가 있으면 심각한 고뇌에 빠지게 된다. 그냥 메뉴 옆에 베스트가 붙은 음식을 안전하게 시킬 건지, 토마토 감자탕에서 느꼈던 맛과 감동을 다시금 재현하기 위해 리스크를 걸고 아무도 시킬 것 같지 않은 토마토ㅇㅇㅇ이라는 음식을 시켜야 할지 메뉴판을 보며 수없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토마토ㅇㅇㅇ 음식을 시켰지만 그때 그 토마토 감자탕에서 느꼈던 그 맛과 감동은 다시는 맛볼 수 없었다.
토마토 감자탕 앓이를 한 지 벌써 2년이 지나고 있다. 드넓은 서울 한복판 어딘가에 가게명과 음식 이름만 바꾸고 장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닌 지, 다른 지역에서 재야의 맛집처럼 은둔하여 장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닌 지, 국내는 좁다고 느끼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해외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닌 지 추측밖에 해볼 수 없는 처지다.
비슷한 음식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그때의 맛과 감동을 절대 잊지 못하고 우연히 마주친 토마토ㅇㅇㅇ이란 요리와 메뉴판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과감하게 주문할 것이다.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맛과 감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토마토 감자탕에 있기 때문이다.
설령 토마토 감자탕의 맛과 감동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가진 건 별로 없지만 먹는 것 하나하나 사소한 것에도 즐거움을 느꼈던 내 젊은 날의 추억들의 온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